정부가 오는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달력에 없던 빨간 날이 하루 늘어난 셈이다. 원래 이 빨간 날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쉬는 날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을 고쳐 민간기업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쉴 수 있도록 만들어 첫해인 올해 300인 이상의 기업에 적용하도록 했다. 임시공휴일이 생기면 공무원과 대기업 근로자는 쉬는 날이 하루 더 늘게 돼 직접 혜택을 받는다. 혹시 일이 바빠 회사에 나가 일하면 휴일근무수당을 추가로 받게 된다. 간접적으로는 연휴로 인해 식당·호텔 등의 수요가 확대되고 나아가 레저·스포츠·영화 관객 및 유통시장의 매출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요자 측이나 서비스와 물건을 공급하는 측 모두 미리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에는 불과 열흘 앞두고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혼란이 더 컸다. 사실 올해에도 5월 하순에 이미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애써 부인함으로써 미리 계획을 세울 기회를 없앴다.
이상적으로는 정부가 선심 쓰듯 ‘수시로’ 휴일을 지정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 알 수 있게 규칙으로 정해야 하며 실제 대체휴일제라는 제도도 있다. 설날과 추석 연휴 및 어린이날이 주말과 겹치면 다음 날 하루 더 쉬게 하는 제도인데 국경일 등 다른 공휴일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해법으로 날짜가 아니라 1월 셋째 월요일과 같이 요일을 기준으로 공휴일을 정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공휴일의 절반 이상이 요일제이고 일본도 요일제 공휴일이 제법 있다. 우리 국회에도 일부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하자는 이른바 해피먼데이법이 제안됐는데 고려해봄 직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원은 2017년 임시공휴일이 하루 늘면 19조원의 생산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고 한 민간연구원은 올해 8월1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때맞춰 4조2,000억원의 생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을 약 0.1% 올린다고도 했는데 이 계산대로라면 공휴일을 닷새 정도 늘리면 성장률이 0.5%나 높아진다. 쉬는 날 돈을 더 쓴다는 단순한 가정의 결과로 실제 그만큼 효과가 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므로 내수 촉진을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을 시도해볼 만하다. 다만 그 문제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도 신경 써야 한다.
연휴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나 건설 현장의 일감이 끊어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중소제조업과 수출업체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임시공휴일에도 금융·물류 등 최소한의 관련 서비스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광복절 연휴 시작 전날인 8월14일은 택배 없는 날로 업계에서 정했다. 택배기사들의 체력을 유지하고 삶을 보장하는 조치이지만 현실적으로 14일부터 임시공휴일인 17일까지의 택배 이용길이 막혀버린 소비자와 생산 현장의 애로 해소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국민의 휴식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가장 애쓰는 분들은 방역 일선에 있는 의료진이며 5월 초 연휴 때 환자가 다시 급증해 애를 먹은 것처럼 사실 이분들에게는 연휴가 더 고비다. 연휴를 즐기면서도 방역의 수칙을 꼭 지키도록 해야만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