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의대생들은 미국인이 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한국인이 쓴 영어판 교과서로 미국 의대생들이 공부하게 돼 뿌듯합니다. 한국 의사들도 영어 교과서를 써서 전 세계 의대생에게 도움을 줄 때가 됐습니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이달 초 ‘그림으로 외우는 초보자용 신경해부학(Visually Memorable Neuroanatomy for Beginners)’이라는 영어판 교과서가 출간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신경해부학과 만화를 접목한 그의 책을 펴낸 곳은 세계 최대 과학·의학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의 자회사 아카데믹프레스(Academic Press). 의대생의 첫 관문인 해부학을 가르치는 정 교수는 이 출판사가 펴낸 영어판 교과서의 첫 한국인 저자다.
그는 시신을 활용한 3차원(3D) 영상 제작과 ‘만화 그리는 의대 교수’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해부학 학습만화를 그리다가 ‘해랑 선생의 일기’ ‘꽉 선생의 일기’ ‘몸 지킬 박사’ 등의 만화 시리즈를 신문, 잡지, 자신의 해부학 홈페이지 등에 연재하고 있으며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의학과 특유의 위트를 융합해 새로운 만화 세계를 열었다. 만화를 영작해 퍼뜨림으로써 외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출판사는 정 교수의 이런 이력을 높이 샀다. 뇌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익히는 신경해부학은 의대생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과목. 정 교수는 구조·기능이 복잡한 신경계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그림, 기능 등을 헷갈리지 않게 기억하고 외우는 연상법, 만화 속 등장인물 간 대화 방식을 동원했다. 그는 “신경해부학은 신경과·신경외과에서 다루는 수많은 병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과목”이라며 “설명을 줄이고, 만화를 포함한 그림을 많이 단순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와 관련된 유머를 곁들여 의대생 등이 어려운 신경해부학을 포기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알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룬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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