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배상을 받는 안으로 북한으로부터 평양대표부 설치를 위한 토지를 공여받는 방식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헌법에는 평양 등 북한 영토도 원래부터 우리 땅으로 명시하고 있어 이 같은 구상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평양대표부 설치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연락사무소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이 후보자가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법 절차를 밟아 연락사무소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날 이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평양대표부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남북관계 특수성상 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절차에 따라 연락사무소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 간 서울·평양대표부 설치가 합의되면 기존의 연락 ‘사무소’가 상주 ‘대표부’로 격상되는 만큼 남북관계 개선과 연락사무소 폭파 배상 효과를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의 토지 공여를 ‘배상’으로 풀이하기에는 헌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정한다. 평양 자체가 애초에 우리 땅인데 단순히 그곳의 땅을 제공받는 것을 왜 우리 세금이 투입된 시설물 폭파에 대한 배상으로 봐야 하느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 후보자 구상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앞서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측은 당시에도 서울·평양대표부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으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설치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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