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내년 1월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하거나 과거에 이를 가졌던 홍콩인 300만명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터준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의회 앞으로 보낸 성명에서 “오는 2021년 1월부터 BNO를 대상으로 비자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텔 장관은 신청자에게 기술시험이나 최저소득 요건 등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적 수요 심사나 규모제한 등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에 오기 전에 일자리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으며 BNO 여권 소지자가 아닌 가족을 데려올 수도 있다.
영국 정부의 이번 방침에 따라 현재 BNO 여권 보유자는 비자 없이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다. 내년부터 BNO 대상자가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에서 거주·노동이 가능하며 5년 뒤에는 정착 지위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12개월 후 시민권 신청이 허용된다.
지난 2월 기준 BNO 여권 소지자는 34만9,881명이지만 과거에 이를 가졌던 이들을 포함하면 모두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텔 장관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영국은 홍콩인과 강한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는 홍콩인들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이민법 개정 소식에 중국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내정간섭”이라며 “중국은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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