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녹취록에 대한 KBS 오보 사태와 관련해 취재진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보도를 청부한 ‘외부 인물’이 있다는 주장이 KBS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이하 KBS인 연대)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KBS가 청부 보도 여론 조작 브로커에 놀아난 게 아니냐”라며 “양승동 사장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KBS는 지난 18일 ‘KBS뉴스9’에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녹취록에 대해 보도했으나,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고 진실 공방을 벌인 끝에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KBS인 연대 측은 KBS 사회부 기자가 작성하고 법조팀장이 승인한 해당 오보 기사를 현재 내부 시스템에서 볼 수 없다면서 “특정 리포트 관련 정보를 통째로 삭제한 것은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디지털 흔적 또는 감춰야 할 디지털 증거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KBS에 녹취록 내용을 왜곡해서 알려 주고 리포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을 한 외부 인물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물이 취재진에게 녹취록 내용을 들려준 정황이 담긴 파일이 존재하고, 이를 근거로 법조팀이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외부 인물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이런 구도”, “언론과 검찰이 짜고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 했다. 일반 강요미수가 아닌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보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KBS인 연대는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S인 연대는 “녹취록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알려준 인물이 검찰 인사인지, 정치권 인물인지, 정치 브로커인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양 사장이 진상조사를 거부하면 외부 시민단체와 연대해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게시된 KBS인 연대 성명에는 총 107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한편 KBS 보도본부는 오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청부 보도’ 의혹은 부인했다.
보도본부는 23일 낸 입장문에서 “정확하지 못한 뉴스를 보도해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해당 보도는 어떤 외부의 청탁이나 개입은 없었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른바 ‘청부 보도 의혹’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 발부 직후 발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취재하던 중 복수 관계자들로부터 과거 취재팀이 확보한 녹취록 관련 내용과 유사한 내용을 전해 듣게 돼 발제가 이뤄졌으며, 기사 작성 과정에서 취재한 정보를 축약·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KBS 보도본부는 앞으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말 데스킹 체계를 강화하고, 법조팀 취재와 보도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KBS 법조팀이 ‘법조 보도 개선방안’(가칭)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법조팀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도는 누군가의 하명 또는 청부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과 고언은 달게 받겠지만 억측을 동반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달라”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