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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기생충 만든 '대중문화 공화국'의 탄생

[책꽂이-한류의 역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0.7%의 반란’

세계 인구의 고작 0.7%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21세기 비틀스’라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영화 ‘기생충’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BTS와 기생충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닐 터다. 한류 열풍은 언제 어떻게 생성돼 진화해 왔을까?

신간 ‘한류의 역사’는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한류의 역사를 1945년 해방 이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쳐 기록하고 탐구했다. K팝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촌철살인 사회비평으로 한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켜 온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저서에서 한류의 역사와 함께 한국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축적돼 온 주요 평가들을 함께 소개했다. 책은 732쪽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저자는 비교적 실체가 있는 한류의 현대적 근원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해방 이후 한류의 흐름부터 살펴본다. 미군 주둔과 AFKN-TV 개국 등에 영향을 받은 미국 대중문화의 유입,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김 시스터스, 196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유행과 통기타·청바지·생맥주로 상징되는 1970년대 청년 문화 등 시대별로 주목할만한 굵직한 문화적 흐름을 살펴봤다.

저자는 특히 한국이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점, 토양 자체가 한류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민통치의 상처에 신음하는, 땅 좁고 자원 없는 나라가 살 길은 근면과 경쟁뿐이었다. 그런 경쟁과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대중문화였다는 것이다.

책은 한류 열풍이 드리운 어두운 그늘도 짚었다.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정황으로 드러난 산업 내 굳어진 부조리, 방송·영화계의 착취 구조, 대중문화계 일각의 성 상납,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들이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한류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류가 자국 이기주의적 욕망의 충족을 넘어 국가 간 쌍방향 교류와 소통에 기여할 수 있고 이런 ‘역지사지’를 내부적으로도 적용해 승자 독식형 인력 착취를 개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3만3,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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