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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10년간 4,000명 늘린다지만.."年1,500명 늘려도 30년뒤 적정수급"

[연간 400명 증원 적정한가]

당정, 2022학년도부터 확대

지역의료종사자·의과학자 양성

"OECD평균보다 7.4만명 부족"

경실련 등 '증원 산출' 의문제기

일부선 "의료공백 메워" 평가도

김태년(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은혜(〃 첫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능후(〃 네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3일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연간 400명씩 늘려 총 4,000명의 의사를 양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2006년 동결된 후 16년 만에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두고 의사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병원협회는 이 숫자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제시한 4,000명 증원의 산출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정협의에서 확정된 정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따르면 현재 한 해 3,058명인 의대 학부 입학 정원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증가한 3,458명으로 는다. 신입생 증원분 400명 중 300명은 면허 취득 이후 10년간 지방에서 중증 필수 의료 분야에 의무 종사하는 지역 의사로 양성한다. 전액 장학금을 받지만 의무를 따르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하고 면허도 취소한다. 나머지 100명 가운데 50명은 역학조사·중증외상 등 특수 전문 분야 인재로, 50명은 기초과학·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인재로 각각 키우기로 했다.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도 적극 검토한다. 현재 광역단체 중에서는 전남이 유일하다. 의대 정원 증원과는 별개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정원 49명은 국립공공의료대학에 활용한다. 전북 지역에 오는 2024년 3월 개교할 예정으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을 토대로 연내 국회 처리할 계획이다. 당정은 지역 의사의 근무 여건 개선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의료수가 가산 등의 후속 대책을 고려 중이다.

정부는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눠 중증·필수의료 기능 수행 여부를 파악한 뒤 전문의 2,260명, 일반의 998명 등 최소 3,258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제약·바이오 산업 발달 정도를 국제 비교해 의과학자 500명, 자연 수요로 충족되지 않는 감염병 대응과 중증 외상 분야 500명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소 4,000명이라는 숫자를 내놓았다.







그러나 더 늘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쏟아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땜질식 대책’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평균치인 3.48명과 한국 2.04명 간 차이를 고려할 때 7만4,000명이 부족한데 연간 400명 증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또 2001년 의료이용량과 의사공급량을 토대로 2018년까지 증가세를 분석한 모형에서는 2030년 5만67명, 2040년 7만8,807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실련은 “공공의대 정원 49명만으로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는데다 지역의사제 역시 중증·필수 의료분야만 지정했다”며 “공공의료기관 의사 수급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협회 역시 정부 대책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의대 정원을 매년 1,500명 늘려도 30년 뒤에야 적정 수급이 이뤄진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들어 “충분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한 의사 부족 전망치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보사연이 2017년 내놓은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 따르면 의사 부족은 2020년 1,837명, 2025년 4,339명, 2030년 7,646명으로 정부가 4,000명을 추가 양성하더라도 3,700명가량이 부족하다. 여기에 연구의사 확대와 해외환자 유치 등 의료·의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와 지난해 말 기준 활동 의사 10만8,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7.2%로 의료진 고령화까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 의사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안을 두고 ‘확충’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규모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 500~1,000명은 늘려야 하지만 정부안 정도면 아주 심각한 사안을 피할 수 있다”며 “지방으로 보낸 인력이 계속 머물 수 있는 보완책이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숫자보다는 낙오된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며 “더 늘리라는 얘기도 있는데 우리 외래 진료 횟수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과도한 점을 고려해 이를 정상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의료서비스 이용이 과다하고 저출산에 따라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점까지 고려해 과도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1.3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경상북도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57.8%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극심한 의료 불균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체계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의대 확대를 보다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사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정원 확대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이 조성됐을 때 보다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임진혁·이주원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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