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신경과 교수팀이 우리나라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5년 내 치매 발병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파킨슨병 치매 조절 약물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필휴(세브란스병원)·정석종(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팀은 치매의 주요 원인인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초기 신경인지검사 결과를 점수화해 ‘한국형 치매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유용성을 확인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가는 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2015년 9만여명에서 지난해 11만여명으로 증가했다. 파킨슨병은 10년 이상 앓으면 45%, 20년 이상 앓으면 80%가량에서 치매가 발병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치매 동반 가능성이 큰 환자를 초기에 선별해 인지기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좋다.
하지만 효과적인 치매 위험 예측인자가 발견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파킨슨병 치매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인 유럽에서 ‘후두피질 연관 인지영역’을 예측인자로 제시했지만 동서양 간 유전적 배경의 차이 등으로 인해 국내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이 교수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350명의 신경인지검사, 이들 중 평균 5.6년 동안 치매가 발생한 78명(22.3%)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5년 내 치매 발생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는 수식(nomogram)을 개발했다. 파킨슨병 진단 시 시행한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4개 인지영역별 능력점수(시각기억·시공간, 언어기억, 전두엽·실행, 집중·작업기억·언어)로 단순화하고 이 점수를 수식에 적용했더니 4개 영역별 능력점수가 1점 높아질 때마다 치매 발생 위험도는 각각 47%, 19%, 57%, 8% 감소해 전두엽·실행능력점수의 영향이 가장 컸다.
5년 내 치매발생 위험도가 1.2%로 계산된 69.5세 남성 환자(파킨슨병력 30개월)는 2013년 7월부터 6년 가까운 추적관찰기간 중 치매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5년 내 치매발생 위험도가 81%로 계산된 73.2세 남성 환자(파킨슨병력 36개월)는 2.7년의 추적관찰기간 중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 교수는 “서양과 다른 한국형 파킨슨병 치매에 특화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며 “지금까지 파킨슨병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 치매조절 약물 개발에 한계가 있었는데 예측 모델이 약물의 조기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영향력지수 8.77)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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