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 기차처럼 긴 그림책이 나왔다. 아코디언 제본으로 출간 된 ‘기차가 출발합니다’는 양면 4m 너비의 대형 보드 그림책이다. 책을 어떻게 펼쳐서 어떤 식으로 들여다보는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시 말해 책을 읽는 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의성을 살려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열차 역에 모인 다양한 동물들의 표정과 몸짓, 옷차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타고난 느림보이지만 오랜 노력 끝에 꿈꿔왔던 매표원이 된 나무늘보, 태어나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떠나는 돼지 삼 형제, 친척 결혼식에 다녀오는 미어캣 대가족, 여행길에 만나 친구가 된 생쥐와 코끼리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기차역과 기차에 등장한다.
동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도 정겹다. 역에 막 도착한 이들에게는 “환영해요”,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요” 등 환대의 말을, 떠나는 이에게는 “행운을 빌어요”, “행복하세요” 등의 작별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정호선 작가는 “만남과 헤어짐을 되풀이하는 우리의 일상을 여행자들이 오가는 기차역 풍경에 빗대어 표현했다”며 “한눈에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구석구석 관찰하면 소박한 인물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2만9,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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