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 고위 관리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칭을 낮춰 부르고 있다. 시 주석 통치를 부정하고 중국 공산당과 인민 사이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국 관리들이 시진핑을 ‘주석’ 대신 ‘총서기’로 변경해 부르고 있다”며 그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실제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시 주석에 대한 호칭이 바뀌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그간 시 주석을 주로 ‘프레지던트’(President·주석)로 불렀으나 최근에는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부르는 빈도수가 급증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중국 국가주석·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당·국가·군의 최고 지도자다.
시 주석에 대한 호칭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그는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회의 때만 하더라도 “시 주석이 함께하는 실무 만찬에 참석해 영광”이라고 표현했으며, 장관 취임 후 첫 베이징 방문 시에도 “시 주석과 생산적인 미팅을 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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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 대신 시 총서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 예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도서관에서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시진핑 총서기는 파산한 전체주의 이념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5월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공산당(CCP)의 군사적 발전은 현실이며, 시 총서기는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최근 중국을 설명하는 자료에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체제이며, 시진핑은 공산당의 총서기”라는 표현을 썼다.
미 고위 관료들의 시 주석에 대한 호칭 변화에 대해 미중 관계 전문가인 앨리슨 스잘윈스키는 “그들은 대의제 정부의 지도자와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지도자를 구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로빈 클리블랜드 의장은 “그(시 주석)가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시민사회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시진핑은 이기적인 당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독재자이며, 따라서 용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USCC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시 주석을 ‘프레지던트’가 아닌 ‘총서기’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레지던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에 의해 지도자가 선정됐을 때 사용하는 호칭이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의 승자에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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