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27일 우리나라가 북한에 25억달러 규모의 투자·차관과 5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을 공개했다. 통합당은 이 문건이 지난 2000년 6·2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4·8 남북합의서의 이면 합의서라고 주장하며 해당 문건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서명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문건은 위조된 것”이라며 문건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면 “(국정원장직) 사퇴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문건 사본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며 박 후보자의 대북송금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의서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5억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합의서) 사인도 (박 후보자의 것과) 똑같다”고 추궁했다. 문건에는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을 사회간접 부문에 제공한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박 후보자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4·8합의서는 지금까지 공개가 됐고 다른 문건은 내 기억에 없다. (서명) 하지도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오전에 이어 오후 질의에서도 관련 사실을 추궁했다. 주 원내대표가 “원본이 있다든지 서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겠느냐. 국정원장직 사퇴하겠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내 인생과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 대북송금 특검 당시 이 잡듯 잡았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학적 위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하 의원은 “단국대가 본인이 동의하면 학적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내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3~4년 재수해 학교에 갔는데 성적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하 의원은 “성적을 가리고 달라는 요청마저 거부했다. 이것까지 거부하면 학력 위조가 거의 사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하등의 하자가 없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가 1965년 단국대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조선대 학력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뒤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2000년 광주교대 출신으로 고쳤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광주교대를 나왔고 조선대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자는 최근 탈북자의 월북 등 현안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탈북자가 월북한 것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2018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대공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기로 청와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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