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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빼요" 계약해지 속출…세입자들은 피가 마른다

■당정 '임대차 3법' 시행 속도전

"보증금 4년간 못 올려 받는다"

'DMC래미안' 전셋값 3억 껑충

매물 품귀현상은 더 심각해져







“임대차 3법 시행에 앞서 세입자에게 어제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법이 시행되면 5%밖에 못 올리니 전세금을 현 시세에 맞게 올려 다시 세입자를 받을 예정입니다.”(부동산 카페 게시글)

당정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거나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전셋값이 수억원 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주요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9㎡(전용면적)는 지난 21일 보증금 7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5월16일 보증금 6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9,000만원이 뛴 것이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9㎡의 경우도 21일 보증금 8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7일 8억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000만원이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DMC래미안e편한세상’ 84.95㎡는 7월15일 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 면적은 5월까지 4억9,000만원에도 거래됐다. 두 달 새 3억1,000만원이 뛴 것이다.



매물마저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전세 매물을 내놨던 한 집주인은 최근 보증금을 기존보다 5,000만원 올렸다. 마포구 아현동 H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4년 동안 보증금을 못 올려 받게 된다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일 테지만 세입자들은 피가 마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W공인 대표도 “임대차 3법이 곧 통과된다는 소식에 지금 보증금을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몇 천만원씩 올리고 있다. 워낙 전세가 귀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을 받아주면서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대치 은마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만기가 오지 않았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오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내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있던 전세 물량도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매물 자체가 없으니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올리지 않은 지도 한 달이 넘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은 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강남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이 예고된 후 다급해진 것은 집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세입자들”이라며 “가격을 올려서라도 계약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물건이 없으니 우리 입장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174.7)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200 사이 수치로 표현된다. 100을 넘어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부장은 “임대차 3법을 계기로 전세가 초과 수요 시장이 되면서 가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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