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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비온 뒤 웅장한 폭포…여름휴가 제주로 떠나볼까

■ 시원한 물줄기 찾아 떠난 제주

늦은 장마에 변덕스런 날씨 지속

빗물로 수량 풍부해져 장관 연출

분잡한 바다보다 사람 적어 '안전'

이국적인 에메랄드빛 원앙폭포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엉또폭포

바닷가 맞닿은 정방폭포 등 일품

원앙폭포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놀이를 즐길 수 있지만 물이 차 발을 담그는 정도로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맞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국내 여행으로 선택권이 좁아진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제주도일 것이다. 바다와 바람이 조화된 천혜의 자연환경, 그림 같은 해변까지 여행객들을 설레게 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여행을 생각할 때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염두에 둬야 한다. 늦은 장마로 기상 여건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자칫하면 여행 내내 숙소에서만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짧은 여름휴가 중 날씨에 맞춰 제주도를 여행하기란 그만큼 확률적으로 어렵다. 화창한 날씨에 제주 바다를 보기 어렵다면 시원한 폭포와 그 물줄기가 이어지는 계곡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비가 내린 뒤 폭포는 오히려 수량이 풍부해져 장관을 연출한다. 화창한 날보다는 비가 내리거나 비가 온 다음 날 찾기 좋은 폭포들이 몰려 있는 제주 서귀포시로 ‘언택트 시대’에 맞춰 ‘폭포 여행’을 다녀왔다.

원앙폭포의 깨끗한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찾은 원앙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현무암 지대인 제주도는 물 빠짐이 좋아 하천이 발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주도의 계곡은 비가 내릴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이다. 평소 제주도에서 계곡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제주도에서 연중 마르지 않고 흐르는 몇 안 되는 계곡 중 하나가 돈내코 계곡이다. ‘돈내코’라는 지명은 멧돼지들이 모여 물을 먹던 내의 입구라는 뜻인데 제주 방언으로 돼지를 의미하는 ‘돗’과 하천 입구를 의미하는 ‘코’를 합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마치 ‘돈을 내고’ 오라는 것처럼 들리지만 계곡 전체가 무료로 개방돼 있고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청정지대다.

목적지는 돈내코 계곡이 아니라 계곡 중간쯤에 위치한 원앙폭포다. 돈내코 계곡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데크길을 따라 10분가량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울창한 숲 사이로 에메랄드빛 작은 소(沼)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 5m 정도로 폭포 자체는 크지는 않지만 양 갈래로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가 시원하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앙폭포에는 금실 좋은 원앙 한 쌍이 살았다고 한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로 통증을 낫게 하는 민간요법 때문에 매년 백중날(음력 7월15일)에는 제주 여인들이 이곳을 찾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원앙폭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지인들이 여름 피서지로 즐겨 찾던 곳이었지만 얼마 전 방송에 소개되면서 외지 여행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래도 사진 촬영을 위해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특정 시간대만 피하면 여름철에도 한가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숲이 우거져 빛이 들어오지 않고 한여름에도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워 오랜 시간 물에 들어가 있기 어려울 정도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물이 흐르지만 비 온 다음 날 수량이 풍부해진 폭포수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엉또폭포는 주자창에서 완만한 데크길을 5분 정도 따라가면 만나볼 수 있다. 웅장한 산림에 여름에도 땀 흘리지 않고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돈내코 계곡에서 남서쪽으로 20분가량 떨어진 악근천 상류에는 엉또폭포가 있다. 이 역시 한라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줄기가 빚어낸 작품이다. ‘엉또’는 제주 방언으로 바위보다 작은 굴을 의미하는 ‘엉’과 입구를 의미하는 ‘또’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작은 굴의 입구를 뜻한다. 평소 보일 듯 말듯 숲속에 숨어지내다 70㎜ 이상 비가 내려야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폭포가 바로 엉또폭포다. 이 때문에 제주에 놀러 갔다가 시원한 물줄기를 발산하는 엉또폭포를 보려면 맑은 날씨보다는 비가 오기를 빌어야 한다. 높이 50m에 달하는 폭포는 주변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혹시 화창한 날에 찾아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왔다면 비 오는 날 다시 꼭 찾아보기를 권한다.

엉또폭포는 비가 내린 다음 날 엄청난 양의 물줄기를 쏟아내 장관을 이룬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폭포가 거의 흐르지 않는 엉또폭포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곳이다.


엉또폭포는 완만한 데크가 전망대까지 놓여 있어 비교적 접근하기 수월하지만 폭포와 멀리 떨어져 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게 함정이다. 전망대 옆으로는 무인카페가 있는데 맑은 날 카페 지붕으로 올라가면 멀리 마라도까지 볼 수 있어 폭포를 못 본 사람들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엉또폭포 아래로는 악근천을 따라 총 3.2㎞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이 길은 마을 주민들이 소를 몰고 다니던 길을 복원한 것으로 길 중간중간 항구리소·장이소·심방소·올리소 같은 여러 못을 만나볼 수 있다. 엉또폭포에는 원나라 황제가 금은보화를 숨겨뒀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엉또폭포 입구에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폭포가 흐르지 않는 엉또폭포를 재미있게 표현한 팻말이 놓여 있다.


정방폭포는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해안폭포다. 평소에도 폭포를 볼 수 있지만 비가 내린 뒤에는 수량이 늘어나 장관이다.


비온 뒤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정방폭포.


원앙·엉또 폭포가 산속 깊은 곳에 있다면 정방폭포는 주상절리로 형성된 해안 절벽에 형성돼 있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해안폭포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육지를 통과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마지막 구간이다. 다른 폭포들에 비해 그 규모가 크고 수량도 압도적이다. 멀리서 보면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드리운듯한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정방하폭(正房夏瀑)’ 또는 ‘정방관폭(正房觀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방폭포 역시 수량은 풍부하지만 비 온 뒤에 웅장한 진가를 발휘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지만 웅장한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폭포수가 바닷바람에 날려 옷이 젖을 수 있으니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가는 게 좋다.
/글·사진(서귀포)=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안덕계곡은 제주도민들이 찾는 여름 피서지 중 하나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석회암 지대로 물색이 우윳빛인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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