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 선물한 도자기를 비롯해 조선왕실에서 사용하던 각국의 식기와 화병 등 도자기 400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29일부터 10월4일까지 특별전 ‘신(新) 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백자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점을 포함해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일본, 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400점의 유물이 함께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은 개항 이후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던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통해 5부의 전시로 조명하고자 기획됐다”며 “도자기는 사용하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기능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는 실용기로, 당대 사회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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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건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전이다. 조·불 수교를 기념해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이 1886년 조선에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이 최초로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은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는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브르산(産) 도자기를 보냈다. 고종은 답례로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盤花)’ 한 쌍을 선물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외에도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용무늬가 그려져 있는 큰 백자항아리 용준(龍樽)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에서는 ‘철제 제과틀’ 러시아식 주전자 ‘사모바르(Samovar)’ 등 당시 창덕궁 주방을,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법랑 화병을 각각 만나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다음 갤러리에서 주요 전시 내용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며, 9월부터는 전시실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이다. 특별히 프랑스·중국·일본산 대형 화병 13점은 3차원 입체(3D)오브젝트 기술을 최초로 적용해 가상현실 온라인 전시관에서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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