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의 현직 간부가 탈북민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탈북민의 신변 보호를 담당하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피해 여성은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미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20대 탈북민 김모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미흡한 탈북자 신변 보호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경찰의 탈북자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피해자를 대리하는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전수미 변호사는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에서 근무했던 경찰 간부 김모 경위를 탈북자 여성에 대한 강간과 유사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김 경위는 북한 관련 정보수집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2016년 5월부터 1년7개월간 12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 경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탈북자 신변보호 담당관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6년에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생활 속 작은 영웅’ 시상식에서 탈북민 보호 활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영웅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2018년 3월부터 김 경위가 소속된 경찰서 보안계·청문감사관실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 측이 ‘김 경위가 말을 하지 않아 성폭행 사실을 알 수 없다’, ‘피해자가 진정서 제출을 하지 않아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호담당관·거주지 경찰서의 당직 변호사에게도 성폭행 피해 상담을 했으나 적절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감찰에 나섰다는 것이 피해자 측 설명이다.
현재 김 경위는 지난달 대기발령 조치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변호사는 “경찰은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도 이 사건을 묵인하다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최근에서야 감찰 조사를 시작했다”며 “가해 행위를 성범죄가 아닌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 정도로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김 경위는 수사 부서로 옮겨 근무하다가 지난달 30일 대기발령 조처돼 현재 청문감사실에서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감찰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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