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정진웅 형사1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 부장이 넘어져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양측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압수수색을 전격 집행한 것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한 축으로 하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을 다른 축으로 하는 양측 간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10시30분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을 찾아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 부장의 몸싸움이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한 검사장을 소환 조사해 휴대폰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압수수색 집행을 위해 법무연수원을 찾았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부장에게 일방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이 정 부장의 허락을 받아 변호인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 했는데, 갑자기 정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려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면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고 주장한다”며 “전화를 하게 허용했으면서 어떻게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지 않고 전화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후 한 검사장은 정 부장에게 압수수색 절차와 수사 절차에서 빠질 것을 요청했고 정 부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정 부장과 수사팀은 오후1시30분께 한 검사장의 변호인이 도착해 항의하자 지검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이 공권력을 이용해 독직폭행했다”면서 정 부장을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서울 고검은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한 검사장의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오히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검사장이 휴대폰에 저장된 정보를 삭제 또는 변경하려는 시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보여 제지하려다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용인 시내 병원에서 ‘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검사장 측은 재차 입장문을 내 “중앙지검의 입장은 거짓 주장”이라며 “한 검사장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뻔한 내용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검사와 수사관들이 목격했다”고도 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물리적으로 영장 집행을 방해한 만큼 공무집행방해 등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정 부장을 수사에서 제외하라는 한 검사장 측 요구를 수용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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