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식 시장을 보면 투자의욕을 꺾는 사례들뿐이라 이제 진짜 해외주식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주식 시장은 아직 신흥국 수준인데 금융당국은 금융 세제 선진화를 논하기 전에 투자자 보호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입사 이후 국내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온 30대 투자자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주식을 1주씩 사봤다며 7년째 유지해온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었음을 밝혔다. 실시간 거래가 어렵고 정보도 부족해 해외투자를 미뤄왔지만 결국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 이달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신설하고 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개인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세금이 면제되면 투자자의 대다수인 97.5%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거래세까지 깎아준다는데 왜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을 떠날 생각부터 하는 것일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국내 증시 곳곳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예로 지난 24일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428%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자랑했던 신풍제약은 장 마감 직전 상한가였던 주가가 마이너스 15%로, 다음날 하한가로 급락을 거듭했다. 올해 들어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 스팸관여 과다 종목으로 공시됐던 것은 물론 수차례에 거쳐 투자경고 및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며 매매거래 정지와 재개를 반복해왔지만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양도세 부과와 거래세 인하의 부작용으로는 단타 매매 등 시장 교란 행위 증가와 큰손들의 국내 증시 이탈로 인한 상승 동력 저하 등이 거론된다. 즉 지수가 오르지도 못하면서 불안정성만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우상향 중인 선진국 증시로 넘어가는 것이 낫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불공정행위 적발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의 이유로 금융 세제 선진화를 들고나온 만큼 투자자 보호와 안정된 금융시장 조성을 위한 증시 선진화 역시 동반되기를 기대해본다.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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