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분기 경제성장률을 -3.3%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매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데 비해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2·4분기 성장률을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연율로 표현하면 -12.7%이다. 미국의 -30%대보다는 낫지만 매우 충격적인 숫자다. 외환위기 발발 직후인 1998년 1·4분기 충격의 3분의2에 달한다.
정부의 비교는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성장률이 OECD 최상위권이라고 했지만 민간 부문의 성장률은 매우 뒤처져 기업들의 영업실적은 부진했으며 미국이 완전고용 수준의 취업을 이룬 데 비해 우리는 재정에 의한 단기 일자리였다.
문제는 올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통계적·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이를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는가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이었던 중국이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2·4분기 플러스로 돌아선 것처럼 한국도 빠른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도 내수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반도체·휴대폰 등 수출도 괜찮으므로 지금부터가 경제 반등의 적기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 2차 대유행 같은 문제가 터지지 않는다면 경제가 점차 나아지기는 하되 정부가 희망하는 V자형의 빠른 회복은 불가능하다. 내수가 살아난 데는 14조원의 국가재난지원금 같은 재정의 역할이 컸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재정 기여도가 낮아지게 된다. 7월 초 통과된 3차 추경이 외견상 35조원 규모이지만 세입 경정, 고용보험기금 보전 등을 빼면 실제로는 상반기보다 적다. 122만명의 실업자와 아직도 73만명이나 되는 일시 휴직자 등 고용 사정을 고려하면 소비 여력도 많지 않다.
수출 여건은 개선됐으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4월 올해 세계무역 전망을 비관적일 때 -32%, 낙관적일 때 -13%의 두 가지로 발표했는데 지금에 와선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유럽 미국의 경제 봉쇄로 2·4분기 대폭 감소했지만 봉쇄가 풀어짐에 따라 앞으로 나아진다고 전망한다.
한국의 수출도 4월·5월의 -20%대에서 6월 -10.9%로 개선돼왔다. 7월20일까지 -12.8%로 감소 폭이 확대됐으나 한 달 전체로는 전달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출의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 위축 가능성 등이 여전한 리스크다.
중국 경제 회복이 곧바로 우리의 대중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 수출 상품 경쟁력이 저하되고 가공 무역 중심의 우리 수출 특성으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힘들다고 지적한다.
V자형 회복을 바라는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최근 여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주장이 나오는데 반짝 효과와 비교해 향후 재정에 주는 부담은 훨씬 크다. 올해 상반기 은행의 가계와 기업 대출이 118조원 늘었는데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기업투자 확대나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금융과 실물의 이탈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은 재정과 통화를 늘려 단기 성장률을 올리기보다 벤처 활성화, 규제 개혁,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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