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29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료기관별 기능과 역할이 혼재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3차 의료기관 입원 환자 가운데 기관 특성에 적합한 비율은 31.7%에 그쳤다. 22.2%는 동네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는 경증환자였고 46.1%는 일반적인 종합병원으로 옮겨도 무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동네 전문단과(내과, 정형외과 등) 병원 입원환자 가운데 4.5%는 중증도가 심해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낼 처지였고 26.9%도 여러 과목 협진이 가능한 종합병원이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에 오면 내 환자’라는 인식 때문에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300병상 이상 적정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이 부족한 지역이 산재해 의료전달체계에 구멍이 뚫린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강원도의 경우 고성이나 삼척 주민들까지 강릉으로 원정길에 오른다. 김 교수팀은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나눴을 때 경기 의정부·파주·포천·남양주, 강원 영월·동해·속초, 충청 제천·서산·논산, 경상 영주·상주·거창·통영·경주·김해, 전라 정읍·영광·나주·해남 등 20곳에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지원해 공익형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적정규모 공공병원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지역에서 활동할 의사와 간호사를 양성해 배치하고 필수의료 제공에 대한 수가 가산과 인센티브 등 보상으로 지역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상 과잉 공급으로 과잉진료를 낳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병상 총량제 같은 규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는 한국이 6.2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개의 두 배에 달한다. 김 교수는 “(병상)공급이 이용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국내 지역 가운데 입원율이 가장 낮은 서울 동남권 수준으로 전체 입원율이 낮아지면 연간 265만건, 현재의 32%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상과 인력 등 의료자원의 공급을 시장에 맡긴 결과”라며 “의료기관 유형을 분류하고 역할을 설정하고, 균등하게 분포할 구체적인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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