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고교 시절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클린턴은 2004년 펴낸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1963년 7월24일 나를 포함한 미국소년단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은 소년단 티셔츠를 증정받고 나서 층계를 내려와 악수하기 시작했다. 케네디와의 짧은 만남은 내게 특별한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인생에 특별한 장소로 기억되는 로즈가든은 당시 새로 단장한 지 1년 남짓 됐다. 유럽을 다녀온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프랑스식 정원에 영감을 받아 1962년 절친이자 원예가인 버니 멜론과 함께 다시 꾸민 것이다.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부인 엘렌 윌슨이 백악관 앞뜰에 장미꽃을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든 지 약 50년 만의 첫 리모델링이었다. 재클린은 중앙에 잔디밭을 만들어 야외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양옆의 프랑스식 화단에는 장미 등 다양한 꽃과 식물을 심어 운치를 더했다.
세로 38m, 가로 18m 넓이로 조성된 로즈가든은 이후 ‘대통령의 정원’으로 불렸다. 미국 대통령들은 기자들 앞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외국 정상과의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장소로 자주 이용했다. 고교생 클린턴처럼 백악관에 초청된 손님들이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딸 트리샤의 결혼식을 이곳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시사잡지 라이프는 당시 분위기를 “왕실 의식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7일 로즈가든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다. 재클린 스타일로 바뀐 지 58년 만의 재단장이다. 3주 후 완성될 리모델링은 중앙 잔디밭 둘레에 약 1m 넓이의 석회석 보도가 깔리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흰색·분홍색 장미도 새로 심는다고 한다. 멜라니아는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 케네디 시절 모습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라니아식으로 복원된 로즈가든이 어떤 풍경일지 궁금해진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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