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부급이 아닌 일선 평검사들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기는 하느냐”며 개혁위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29일 김남수(연수원 38기)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박철완(연수원 27기) 부산고검 검사는 차례로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비판했다. 권고안이 그대로 반영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는 지난 27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에 대해 심의·의결한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총장은 구체적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검찰 행정·사무에 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갖게 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김 검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보다 일선 고검장이 장관의 지휘나 입김에 더 취약하지 않다고, 검찰수사에 대한 최종 책임과 함께 그 결정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보다 다음 인사가 남아 있는 일선 고검장이 정치적 독립에 더욱 취약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법무·검찰개혁위에 물었다.
이어 “정치의 영역에서 그렇게 강하게 염원해 오던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기는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에 대한 최종 책임을 고검장이 지게 되면 법무부의 인사에 따라 수사 지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다.
김 검사는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의 근거로 든 외국의 사례 역시 본래 취지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위원회 대변인은 유럽평의회 권고안을 인용했는데 유럽평의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검찰에 대한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이번 권고안을 수용하면 법치주의의 방에 머무른 검찰을 다수결의 원칙이 작동하는 대운동장으로 끌고 나오는 매우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박 검사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향해 “보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검찰총장이나 대검을 아예 없애라”며 “(결재, 보고 체계 없이 검사들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 현 검찰체제가 갖는 문제는 일거에 소멸될 것 같다. 물론,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훨씬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가 심각해지면 제도를 다시 바꾸면 된다”고 권고안을 강도 높게 비꼬았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보도자료에서 ‘제왕적 검찰총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윤석열 총장 스타일의 검찰총장 등장을 막고 또 통제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한 위원회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해법 모색을 볼 수 있었다”며 “인사권, 예산권이 없는 검찰총장을 제왕적 검찰총장으로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김 검사와 박 검사의 글이 올라오자 여러 동료 검사들도 개혁위의 권고안이 ‘오히려 검찰이 정치에 종속되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을 지지해왔던 진보진영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고, 검찰개혁의 본질을 해치는 ‘개악’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28일 논평을 내 “검찰청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부여하고 인사권도 강화하자는 제안”이라며 “생뚱맞고 권한 분산이라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의 방지는 그 다음의 과제”라며 “검찰총장 권한 분산에만 눈이 멀어 검찰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개혁위가 검찰개혁에 역행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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