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후보 발표를 다음주로 예고한 가운데 현지 언론들이 유력 후보군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바이든의 부통령후보 발표가 자신의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단 16%에 그친 상황에서도 그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부통령후보가 곧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바이든은 지난 3월 자신을 ‘전환후보(transition candidate)’로 표현하며 새 정치인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을 코치로, 부통령 등 대선캠프 인사를 유능한 운동선수로 비유해 러닝메이트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5선의 정치 베테랑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대표가 “바이든의 (부통령) 선택은 내가 본 선거 관련 결정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바이든의 선택으로 2024대선의 지형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바이든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일축하기 위해 일찌감치 여성 부통령을 확약했다. 그런 가운데 5월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며 인종도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흑인 여성’ 부통령은 ‘백인 남성’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효과도 낸다. 바이든의 약한 지지층인 20~30대 유권자의 60%가 흑인 여성 부통령을 원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탄탄한 정치경력을 가진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다. 28일 그를 ‘재능있다’ ‘큰 도움이 된다’ ‘존경스럽다’고 한 바이든의 메모가 포착되며 해리스 상원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지방검사 출신으로 주 지방검사를 거쳐 상원에 진출한 탄탄한 경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하며 치밀한 검증을 통과해 소위 ‘잡음’이 나오지 않을 안정적 후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캠프의 주요 후원자들은 해리스 의원의 ‘충성심’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의원이 지난해 경선에서 1970년대 흑백학생 통합정책의 일환인 ‘스쿨버스 통학’에 반대한 바이든의 전력을 끄집어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민주당 경선을 “지루하다”고 비아냥거린 트럼프 대통령도 해리스 의원의 두드러지는 활약에 견제 의사를 드러낼 정도여서 바이든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사형제 폐지 및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미온적 태도 또한 바이든이 끌어안아야 할 급진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는 데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을 향한 충성심을 연일 드러내는 흑인 여성인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라이스는 29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미군 살해 의혹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장 큰 단점은 인지도다. 폴리티코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7%가 그를 알지 못한다고 응답해 부통령후보로 꼽히는 주요 인물 중 가장 낮은 인지도를 기록했다.
해리스 의원, 라이스 전 보좌관의 약점을 모두 뛰어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백인이지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쌓인 높은 인지도는 물론 강한 발언과 과감한 정책제시로 급진 진보층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약점인 젊은 층 지지자가 많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바이든보다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점, 다음 대선후보로 나서기에는 많은 나이(71세)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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