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도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행 활성화 사업을 비롯해 아베 정부와 지자체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도쿄도지사 "상황 악화시 긴급사태 불가피"
도쿄의 확산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367명, 같은달 31일에는 46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하루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불요불급한 외출 등을 삼가달라”면서 “올해 8월은 예년과는 다른 여름이지만 코로나19 대책을 느슨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염확대 특별경보’라고 쓴 패널을 들고서 “지금까지는 ‘감염확대경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감염확대 특별경보’라는 인식”이라며 방역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일본에서는 1,30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본 전체로 보면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30일까지 6일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간 확진자가 한명도 없었던 이와테현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나오는 등 열도 전역에서 감염이 급격하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아베는 '머뭇'..."다시 긴급사태 낼 상황 아냐"
독자적인 긴급사태 가능성을 언급한 고이케 도지사의 발언은 아베 정부가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사태 재발령에 대해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아베 내각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사태를 다시 발령할 필요가 없다고 31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의 감염 추세는 지난 3월, 4월과 다르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다시 지금, 긴급사태 선언을 발표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밝혔다.
아베 정부의 확고한 태도에도 지자체는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도 외에 기후현에서도 지난달 31일 독자적인 비상사태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감염이 확대하는 지역으로의 이동을 삼가도록 주의가 내려졌다.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도 나고야 등 일부 지역에 한해 독자적인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오사카의 경우 일찍이 지난달 12일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라는 의미의 ‘황색’ 신호를 켠 상태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도 밤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오는 5일부터 20일까지 미나미(南) 일부 구역의 술을 제공하는 음식점 등에 대해 휴업 혹은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 활성화 사업 놓고도 아베-지자체 엇박자
이처럼 아베 내각과 지자체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연휴에 여행을 가도록 일부 비용을 지급해주는 ‘고 투 트래블’ 사업에 대해서도 도쿄를 비롯한 지자체의 반발이 잇따른 바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출발하거나 도쿄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 국제의료복지대 코지 와다 교수는 “정부가 고투 트래블로 사람의 왕래를 재촉하는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어 자숙을 지키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면서 “고령층 환자가 늘어 중증 환자가 증가하면 의료 부하가 커져 의료 붕괴할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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