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1일부터 ‘임대차 3법’이라 일컬어지는 전월세 신고·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물론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신고 관리 검증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하는 등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 부족으로 오는 2021년 6월부터 시행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통해 서민의 주거안정을 확립해 세입자의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법을 개정할 때는 정부 입법의 경우 입법예고를 통해 사전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서 전문위원의 검토를 거쳐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과정이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은 7월27일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고 29일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7월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그날 바로 시행됐다. 초거대 여당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속전속결로 전투력을 발휘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제는 임차인이 갑(甲)인, 임차인이 절대 권력을 가진 시대가 왔다. 나쁜 사람인 임대인과 착한 사람인 임차인으로 양분돼온 이미지가 이제는 반대로 그려지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그런데 이 같은 태평성대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2024년 의무계약기간인 4년이 지나고 나면 을인 임대인이 4년에 한 번 갑의 위치로 변하게 된다. 4년 만에 찾아온 갑의 지위를 행사하지 않을 임대인이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과거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됐을 때 전세가격이 약 30% 상승했다. 이번 임대차법 개정은 전세가격 인상시기가 2년에서 4년으로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가보유율은 전국 61.1%이고 수도권은 54.2%이다. 서울은 약 48%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실제로 거주하는 비율인 자가거주율을 보면 전국 57.7%, 서울은 42.9%이다. 수도권 기준 47.8%의 임차수요가 있는 셈이다.
모든 정책은 원칙에 기초해 시행해야 한다. 경제학원론이나 부동산학원론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시하고 있다. 정부든 민간이든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공급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산의 문제다. 그래서 주거 취약계층에는 정부에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임대차 주택은 민간에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규제를 하게 되면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임대인들도 전세제도에 대한 규제와 재산세나 종부세의 증가로 인해 보증부 월세계약을 선호하게 되면 임대차제도가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임차인의 부담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가 임차인을 잡는 제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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