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노동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비대면·유연 근로를 일반화시키면서 사업장별로 현행 근로기준법이 현장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재택근무다. 기업들이 생산성 하락을 우려해 도입을 주저했던 재택근무제가 코로나19로 보편적인 업무 방식이 됐고 실제로 업무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 시차출퇴근, 시간선택형 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도 현장 수요가 많았다. 이렇게 장소와 시간에서 자유로운 근무제가 확산하면서 ‘정해진 근로시간에 맞춰 산정되는’ 임금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장을 기초로 만들어진 노동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로문화를 포괄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집단적 대면근무가 기본인 공장에서는 컨베이어벨트 공정에 맞추기 때문에 성과에 큰 차이도 없어 근무시간을 기초로 임금을 산정하는 제도가 합리적이다. 지금은 비대면 근로가 일반화할수록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개인의 능력에도 차이가 나는 만큼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등 임금 관련 소송은 대체로 ‘소정근로시간에 맞춰 합당한 임금을 주었는가’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노사관계·사회보험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공장 시대에서는 근로자의 집단인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체결하는 ‘집단적 노사관계’가 일반적이었지만 비대면근로가 일반화하면 한 명의 근로자가 여러 사용자와 노무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단체교섭을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 사회보험의 비용을 어떤 사용자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정의가 깨지고 있다. 단순히 ‘근로자냐 자영업자냐’로 나누면 중간의 플랫폼종사자·특수근로종사자 등은 보호하지 못한다”며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 보호의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대로 둔다면 결국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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