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입을 연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검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윤 총장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이자 피해자”라며 우회적으로 표현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 부시장 등의 검찰수사를 놓고 정부 여당이 보인 대응에 불편함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정부 실세에 대한 검찰수사를 놓고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표현을 쓰는 등 직간접적으로 비판해왔다.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권력형 비리에 대해 형사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윤 총장이 이날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당부한 메시지는 인권,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윤 총장은 “(법 집행이) 현실적·잠재적 이해당사자 모두 염두에 두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가 평등은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기존에 쓰지 않던 말까지 썼다. 평등이라는 단어를 통해 유력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도 공평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또한 부정부패 수사도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사표시로도 풀이된다.
다만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정부와 결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윤 총장은 신임검사들에게 “불구속 수사 원칙의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을 강조하고 싶다”며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니 절대적으로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실의 업무시스템도 공판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임검사 앞에서 강조한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윤 총장이 수사에서 강조한 것은 인권이었다. 추 장관도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을 강조했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 있어서 인권이 중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검언유착 의혹’ 수사 등은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조만간 있을 검찰 인사를 앞두고 충돌을 다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장관도 이날 앞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 인사말에서 “권력 기관 개혁은 국민의 열망을 담은 시대적 과제”라며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 남용과 인권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진다고 해서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부패·경제·선거 등 중요 범죄를 다루고 경찰 수사를 통제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신임검사들에게 ‘지기추상 대인추풍(知己秋霜 待人春風)’이라는 한자성어를 언급하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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