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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편의성 높였더니 가능성 보이더라…공공배달앱 성공사례로 떠오른 ‘배달서구’

기초자치단체 최초 모바일·전자식 공공배달앱 '배달서구'…기존 배달앱 실폐 사례 공부했더니 성공 가능성 확신

소비자 편의성 높이기 주력…500만원 결제 시 민간앱 대비 40만원 경비절감 효과

인천서구청의 공공배달앱 배달서구는 이재현(가운데) 서구청장을 중심으로 최형순(왼쪽부터) 인천 서구청 경제에너지과장과 이미영 서구청 지역화폐팀장이 실무진으로서 담당하고 있다./사진=서민우기자




하나의 산업은 여러 경제적 주체가 모여 형성된다. 여기에 발을 담근 모든 경제적 주체가 각자의 부가가치를 얻을 때 산업은 건전하게, 생산적으로 성장한다. 만약 성장에 따른 부가가치가 각 경제적 축에 고루 전달되지 않는다면 엇박자가 난다.

음식배달 시장이 그러하다.

꽤 오랜 시간 음식배달 시장은 공급자인 소상공인과 수요자인 주문자 간 양발로 가동돼 왔다. 그러다가 스마트 기술을 등에 입은 배달앱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양발 달리기에서 삼각 달리기로 종목을 갈아탄 음식배달 시장은 규모가 폭발적으로 확대됐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른바 소상공인 소외로 요약되는 배달앱 논란이다.

현재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의 폐해가 엿보인다. 배달앱 시장이 만개함에 따라 소비자는 편의성을, 중개자는 막대한 이익(중개수수료)을 얻었다. 반면 소상공인들의 경우 매출은 늘되 이익은 정체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 따른 과실이 각 경제적 주체에게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고자 지자체가 들고 나온 것이 공공 배달앱이다. 시장의 영역에 국가기관이 플레이어로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들어온다 해도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예측까지, 벌써부터 논란이 거세다. 관 주도의 공공배달앱의 막전막후를 알아보기 위해 한발 빠른 공공배달앱 정책으로 전국구 지명도를 얻고 있는 인천광역시 서구 이재현 구청장을 만났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배달서구 취재차 방문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 서구는 인천에서도 늘 변방 취급을 받아온 낙후지역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해본 적이 없는데 지역화폐와 공공배달앱 정책으로 전국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하)

구청장 선거를 준비할 때 많은 구민들을 만나봤지만 그 중에서도 소상공 지역구민들의 절규가 가장 아프게 남았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선 구민들이 지역 내에서 소비를 하시게끔 유도를 하는 게 최선이다. 그때부터 공공배달앱 정책을 연구했는데 다들 하지 않아도 우리(서구)만큼은 반드시 하자란 각오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유권자를 의식해 그런 계획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실제로 정책을 펼치기엔 고민이 많았을텐데.

“인천 서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전자식, 지류식 지역화폐를 발행한 곳이다.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데 큰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다. 게다가 제가 공직생활을 환경부에서 했는데 그때 그린카드 마일리지 사업의 실무자였다. 이 경험도 든든한 자산이 됐다.

실제 정책집행에 나서기 전에 전국의 공공배달앱 정책을 연구했다. 실패 사례 위주로 연구를 거듭하면서 ‘할 수 있겠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정책적 어려움을 떠나 구민과 소상공인을 만나게 하는 접점을 만드는 것은 지자체장의 임무라 할 수 있다.“

-배달서구만의 강점이라면.

“전국 실패사례를 연구하고 나서 얻은 결론은 ‘지류식(종이 형태의 화폐, 상품권으로 거래되는 형태)’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모바일, 전자식 화폐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은 편의성이 뛰어나서다. 공공앱이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편의성을 살려야 하는데 모바일이 최선이다.”



-모바일을 활용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구현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우선적으로 비용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플랫폼 구축비용이 대략 40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만찮은 금액이다.

인천광역시가 운영하는 인천이음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처음부터 배달서구는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을 짰다. 이 전략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기술적 접목을 놓고 인천광역시와 플랫폼 운영사 간 내부이견이 있어서 초반 옥신각신 끝에 인천이음에 입점하는 형태로 시작하게 됐다.“

-막대한 구축비용은 세이브한 것인데 그밖에 구 차원에서 부담한 비용은?

“운영비로 연간 약 7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아, 이 비용은 단순히 배달서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이음 플랫폼 안에 서구와 관련한 지역화폐, 배달서구, 냠냠서구몰 등의 서비스 모두를 운영하는 비용이다.”

-시작이 수월했던 셈이다. 플랫폼 구축 외에 실제 운영하는 부분에서는 애로사항이 없었나.

“배달서구는 총 3개 단계로 확대 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시즌 1일 때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플랫폼 안으로 모으는 데 집중했다. 우리가 내세운 마케팅 포인트는 ‘주문금액 10% 캐시백’이었다. 일종의 소비자 중심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시즌 2를 진행하고 있는 중인데 기존 소비자 중심 전략에서 공급자, 즉 소공인 위주의 전략으로 약간 회귀했다. 10% 캐시백의 재원을 지자체가 부담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소공인들도 모객효과를 위한 노력에 나서주길 유도했다. 지금은 10% 기본 캐시백에 추가로 소공인들이 캐시백을 제공해 소비자 혜택을 더욱 끌어올렸다.“

-배달서구의 실제 성과는 어떻나.

“1~4월까지 누적 주문건수가 1만391건이었는데 5월 한달 들어서만 80% 가량인 7,859건을 기록했다. 성장세만 놓고 보면 우리도 놀라울 정도다.”

-마케팅 전략 외에 실제 배달앱을 운영하면서 확인하게 되는 고충이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주문오류나 공급자와 소비자 간 갈등 같은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올 5월달부터 배달서구의 안정성을 위해서 몇 가지 조치를 실시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주문 취소율을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주문 취소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 편의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자인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수준으로 개선 시키려고 노력했다.

통상적으로 배달앱의 주문 성공률은 70~80% 수준이 돼야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 같은 노력에 따라 현재는 90% 수준의 주문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공공배달앱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날카롭다. 시장영역에 관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그런 비판은 처음부터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관은 관의 역할이 있다. 쉽게 말해 정책적 결정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관이 시장과 맞붙어 경쟁한다고 할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가 주력한 것이 민과 관의 협동이다.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부터 시장 전문가를 영입해 판을 짰다. 소상공인과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많은 아이디어를 개진했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국민예산은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돼야 하는 것이고 공공배달앱은 그러한 관점에서 선택된 인천 서구만의 접근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잘 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청에 예산이 많아서 이런 정책을 할 수 있었던 건가. (하하) 재정자립도가 궁금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책은 선택의 영역이다. 예산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랑은 아닌데. 서구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예산도 그렇고 환경, 도로, 대중교통 등도 모두 후발주자에 속한다. 반대로 말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다리 하나, 도로 하나 더 짓는 것부터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선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지만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연구대상으로 삼으려 할 것 같다.

“최근 들어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사님께서 공공배달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서 배달서구의 안착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 같다. 그 외에 전국 기초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다시 중요한 질문을 하나만 더 해보겠다. 관이 시장을 상대로 경쟁할 때 이길 수 없다, 란 지적이 많다. 배달서구가 성공하리라 자신하나.

“지금까지 구조라면 배달서구가 민간의 점유율을 대체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다. 첫째, 우리는 33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인천 서구 구민들이 배달서구의 가장 큰 자산이다.

둘째, 소상공인들 입장에서 배달서구는 쓰면 쓸수록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다. 배달서구는 수수료가 3%인데 이는 부가세 영향이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부가세 별도로 각각 5.8%, 12.5%를 받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광고료는 아예 받지를 않는다. 대략 매출이 5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민간 배달앱 대비 약 4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서구 내 1,300여개 사업장 중에서 1,000여개가 플랫폼에 들어와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우리만의 노력을 계속 개진할 것이다. 음식점 위생점검 같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역량에서 소비자에게 보다 편의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여갈 계획이다.“



-중장기 목표를 제시해달라.

“새로 준비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사업자 카드 사업이다. 소상공인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원재료를 구매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사업자 카드다. 예를 들면 치킨집 사장님이 생닭을 구매할 때 쓰는 카드인데 지역화폐와 배달서구를 조합해서 소상공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B2B(Business to Business) 거래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원래 작년에 실시하려고 했는데 배달서구 10% 캐시백 사업에 예산을 집행하면서 미뤄졌다.

궁극적으로는 지역화폐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지역민들을 연결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공동체카드와 나눔의카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인천=박해욱 기자 서민우기자spooky@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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