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미국 3위 업체 스피드웨이를 인수하고 미국 사업을 확대한다. 인구감소로 일본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미국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유통회사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미국 정유회사 마라톤페트롤리엄 소유의 편의점형 주유소 스피드웨이를 2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3일 보도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1위 사업자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현재 미국에서 9,800여개의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이며 이번에 인수하는 스피드웨이는 3,900여개의 매장을 가졌다. 이번 인수로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은 약 1만4,000개로 늘어나게 되며 약 5,900개의 매장을 가진 2위 업체를 크게 앞지르게 된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미국에서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인구고령화로 일본 편의점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또 미국 편의점 시장의 총 매장 수는 지난해 약 15만3,000개를 기록했으나 개인사업자나 중견기업이 대부분이며 상위 10개사의 점유율은 20%에 불과하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지난 2018년 서노코의 편의점과 주유소 사업을 31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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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이번 인수에 영향을 줬다. 앞서 세븐앤드아이홀딩스와 마라톤페트롤리엄은 올 초에도 스피드웨이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된 바 있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이 제시한 매각가 220억달러가 너무 비싸다며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발을 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기회가 왔다. 마라톤페트롤리엄이 본업인 정유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진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소비 패턴도 이번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구입한 상품을 편의점에서 가져가는 미국인들이 늘면서 점포를 확대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사카 류이치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은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번 인수가) 명실상부하게 업계 선두 지위를 확고히 하고 편의점을 축으로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되는 역사적인 첫 단계”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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