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년 만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대학들이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의대가 없었던 전남지역은 이번 기회에 전남 동·서부권에 각각 신규 의대를 설립하기 위해 발 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4일 각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대학에 따르면 목포대는 입학정원 50명 이상을 확보해 목포캠퍼스 또는 목포 옥암지구에 목포대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남 서남권은 전국 유인도의 41%가 밀집돼있고 65세 고령인구, 암질환자·만성질환자 비율, 응급환자 비율 등이 높은 의료 취약지역이다. 목포대는 지난 30년간 지역 숙원사업으로 준비해 의대 신설을 준비해왔다. 5일에는 의대 유치를 위해 목포시를 비롯한 서남권 9개 자치단체장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의대유치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다.
산단이 많고 인구가 밀집한 전남 동부권 역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간 의료인프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의대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순천대는 최근 순천시와 함께 의대 및 대학병원 건립 부지 2곳에 대한 검토를 끝냈다. 현재 각 부지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 중에 있으며 지자체와 최종 결정을 위한 협의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은 면적이 광활하고 섬 등 의료취약이 많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감안해 동·서부권에 모두 대학병원과 강의 캠퍼스를 각각 설치해 주도록 정부에 건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울산에서 의대 교육과 수련을 받고 지역에서 활동할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울산대 의대생 증원을 추진한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22일 울산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근로복지공단과 지역 의대 정원 확대와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울산대 의대 수업과 수련 등 대부분의 교육과정이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증원되는 정원에 대해서는 지역 캠퍼스 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울산과기원 및 근로복지공단과 연계해 기초 의·과학 연구, 임상 협력, 인턴 등 수련의 운영에도 협력해 우수한 지역 의료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는 부경대가 부산시, 기장군과 함께 방사선에 특화한 의대를 신설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기장지역에는 방사선 중입자가속기를 포함한 5개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원전도 가동 중이다. 부경대 방사선의대 설립 추진단은 기장군에 남부권 공공의료 거점인 공공 의대를 신설해 방사선 관련 산업과 연계한 의·과학자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경북도 역시 의대 신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4명이다. 17개 광역시·도 중 16위이고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도 1.85명으로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군위, 영양, 고령, 성주, 봉화 등 5개 군 단위 지역에는 산부인과조차 없다.
경북도는 그간 필수 의료인력 확보 등을 위해 의대 신설을 추진해왔다. 포항에서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중심 의과대학 및 스마트병원 설립을 계획 중이고 안동에서는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유치에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의대 신설과 공공의대 설립은 전남과 전북을 염두해 둔 것으로 안다”며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경북에도 의대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3일 의대 정원을 오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의대 정원을 현재 수준보다 2,000명 일괄 증원해 5,0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오는 7일과 14일 각각 파업을 예고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무안=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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