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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수경 기밀 공개 소송' 9월18일 첫 재판

외교부 늑장대응에 첫 변론기일까지 5달 걸려

임종석 주도 1989년 평양 방문 기밀 해제 안해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1989년도 밀입북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 첫 재판이 내달 18일 열린다. 외교부의 늑장 대응으로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5개월 만에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해당 재판은 피고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측과 원고인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측이 임 전 의원 기밀문건 해제와 관련한 각자의 입장을 우선 정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 사건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건이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임 전 의원 방북 관련 기밀문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다음달 18일 오전 10시20분으로 잡았다.

이 사건은 외교부가 올 3월31일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24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원문 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임 전 의원 밀입북 관련 기밀문서’를 비공개로 남겨두며 불거졌다. 외교부는 해당 문건들을 예외적으로 비공개 조치하는 과정에 법적 하자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한변은 4월1일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한변은 “국내 언론 보도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외교부 당국자가 비공개 이유로 든 이유는 정보공개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보비공개’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4월14일 정보공개 청구 요청을 거부하고 관련 문건에 대한 비공개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결정 통지서를 한변에 보냈다. 이에 한변은 4월24일 법원에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피고인 강경화 장관은 5월6일 소장 부본을 받았지만 강 장관 소송 대리인은 한 달 뒤인 6월3일에야 법원에 소송위임장을 제출하고 답변서 제출기한을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첫 재판은 이렇게 늦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 장관은 이런 가운데 7월13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30년이 경과한 외교기록물 공개 여부를 심사할 예비심사원 최대 인원을 기존 7명에서 10명으로 늘려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에 따라 1994년부터 매년 30년이 지난 기밀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예비심사위원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이나 관련 전문지식·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5~10명을 외교부 장관이 임명한다. 외교문서공개심의회는 위원장인 외교부 1차관을 비롯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보·대변인·공공외교대사·기획조정실장·의전장·다자외교조정관·경제외교조정관·재외동포영사실장 등으로 구성된다. 외부인으로는 예비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전문가 1명이 포함된다.



임수경 밀입북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 /연합뉴스


‘임수경 밀입북 사건’은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 전 의원이 1989년 6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한 사건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 전 의원은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관광 목적으로 출국해 독일 서베를린·동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는 당시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이 기획·주도했다.

임 전 의원은 1989년 8월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을 주도한 임 특보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3년6개월 간 실형을 산 뒤 가석방됐다.

1989년 평양으로 밀입북한 임수경 전 의원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 동상에 헌화를 한 뒤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의원은 당돌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한동안 그를 ‘통일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임 전 의원의 행적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민적 관심사였다.

임수경 전 의원은 이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임 특보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성동을에서 당선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현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달 초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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