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했지만 발전 모습은 상이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리츠 도입 이후 상장 리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다가 2년여 전부터 상장 리츠 시장이 겨우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6월에 상장한 ‘이리츠코크렙’, 2018년 8월에 상장한 ‘신한알파리츠’등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리츠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이 줄을 이었고, 상장 리츠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리츠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사례들이 보입니다. 한 예로, 최근 NH농협금융그룹 계열의 NH농협리츠운용이 최근 ‘NH프라임리츠’에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총액인수 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각(셀다운)에 실패한 해외 자산을 편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얻지 못해 계획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편입하려던 자산이 미매각 물건이어서 기관들이 외면한 자산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NH프라임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NH프라임리츠의 주가는 공모가 5,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4,430원(6일 종가 기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증을 실시한다는 것은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죠. 아마 계획대로 추진했더라도 국토교통부가 반대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아직까지 한국 리츠 시장인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상장 리츠부터 리츠 ETF·리츠 선물까지…다양하고 탄탄한 싱가포르 리츠 투자 생태계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리츠 선물을 상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에 상장된 다양한 리츠를 추종하는 지수를 기반으로 리츠 선물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SGX는 오는 24일 ‘SGX FTSE EPRA Nareit Asia ex-Japan Index Futures’와 ‘SGX iEdge S-REIT Leaders Index Futures’을 선보입니다. 이에 앞서 SGX는 지난 2015년 11월에는 처음으로 리츠로만 구성된 지수를 선보였으며, 이후 리츠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되면서 리츠 투자 상품이 보다 다양해 졌습니다. 여기에 이번에 리츠 선물까지 출시하면서 싱가포르는 보다 다양하고 탄탄한 리츠 투자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담당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싱가포르 리츠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싱가포르거래소는 리츠 선물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리츠가격 하락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헷지 목적의 파생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이는 적극적인 리츠 투자 활성화의 일환이며, 싱가포르 리츠 시장의 안정성을 더욱 강화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 역시 50~60개 정도 리츠가 상장되고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더 많은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와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리츠 시장 주도하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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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싱가포르는 현재 44개의 리츠가 모두 SGX에 상장되어 있으며, 시가총액은 980억싱가포르달러(약 85조원)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상장 리츠가 10개, 시총은 약 2조원에 불과합니다. 작년에는 전 세계 리츠 기업공개(IPO) 중 약 45%를 싱가포르 증시가 차지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리츠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 다변화를 위해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잇습니다. SGX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중국(10개), 일본(8개), 말레이시아(6개), 한국(4개), 인도네시아(3개), 홍콩, 베트남(2개), 인도, 필리핀(1개) 등 아시아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유럽·미국 등에서도 활발하게 자산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 리츠의 80% 이상이 호주·중국·유럽 등 해외 자산을 편입하고 있으며, 리츠 자산 총액 중 25% 정도가 해외 자산입니다. 특히 SGX와 싱가포르통화청(MAS)는 최근 해외 자산을 가진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시 통화도 싱가포르달러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유로·위안화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에 최근 해외 운용사의 리츠 상장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캐나다 보험사인 매뉴라이프(Manulife)의 미국 내 9개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Manulife US REIT’ 가 상장되어 있으며, 유럽 지역 오피스와 물류센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Cromwell European REIT’도 상장되어 있습니다.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지스운용은 싱가포르 현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하고 기존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을 활용해 SGX에 리츠를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이지스운용 이전에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롯데그룹도 싱가포르에 리츠 상장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또 AIP자산운용(옛 FG자산운용)도 호주 등에 투자한 해외 자산을 활용해 싱가포르에 리츠로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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