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소통법으로 전 세계 22억 사용자를 끌어모은 틱톡이 중국 스마트폰제조사 화웨이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의 표적이 되면서 국내 서비스 및 관련 산업계에도 여파가 미칠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국내 시장에선 직접적 여파가 크지 않지만 미·중 대결구도가 장기간 심화되면 중국 투자를 받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선 당면한 관심사는 국내에서도 400만명이 가입한 틱톡의 한국 내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길지 여부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5일 이후부터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중국 정부의 ‘스파이 앱’ 노릇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미국에서의 퇴출을 압박해왔다.
틱톡이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리 정부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틱톡에 대해 1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정보 국외이전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다만 방통위는 틱톡이 이용자들의 클립보드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은 틱톡 측이 스팸과 관련한 기능이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틱톡은 이는 사용자의 스팸성 행동을 식별하고자 내놓은 기능일 뿐이라며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삭제했다.
관련기사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솜방망이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당국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한 IT 기업 관계자는 “틱톡의 해명 진위를 제대로 가려내려면 당국이 관련 서버를 직접 조사하고, 틱톡 앱의 소스코드 등을 정밀 분석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이전된 서버가 우리 행정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에 있고, 기업비밀인 소스코드 역시 틱톡으로부터 제공받기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칫 미·중 무역대결에 우리 IT 산업계를 휘말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틱톡에 대한 당국의 대응 수위를 제약하는 딜레마다. 특히 국내 게임 기업들은 중국의 ‘판호(영업 허가증)’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출에서 차지하는 대중 서비스 비중이 큰 상황이며 IT 플랫폼 기업 중에선 네이버, 카카오가 웹툰·캐릭터 등 콘텐츠상품을 중심으로 중국 진출을 확대해왔다. 또한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 넷마블과 크래프톤에 투자해 각각 3대, 2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카카오 및 카카오게임즈에도 지분투자를 하는 등 한·중 기업 간 자본투자 관계도 고도화하고 있다. 또 다른 IT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의 자본투자나 업무 제휴관계를 끊어버리면 중국 본토뿐 아니라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중화 기업들이 플랫폼 시장을 잠식한 동남아 신흥국 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