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여 만에 1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전반적인 하락 속도가 가파릅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지속하느냐와 이것이 나의 투자자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인데요. 우선 두 번째 것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금융전문가인 리트홀츠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이 달러와 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해외주식 그리고 이머징마켓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게 있는데요. 지난 1974년부터 2019년까지 달러 가치가 오를 때와 내릴 때를 기준으로 연간 평균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달러와 자산간 상관관계
△달러가 오를 때
금 -0.8%
S&P500 10.8%
해외주식 2.0%
이머징 2.7%
△달러가 내릴 때
금 17.6%
S&P500 12.9%
해외주식 18.6%
이머징 22.5%
수치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즉 달러가치가 오를 때와 떨어질 때의 금의 수익률을 보면 역의 상관관계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데요. S&P 500도 달러가 약세일 때 더 유리한 것으로 나옵니다. 해외주식과 특히 이머징마켓도 같은데요. 벤 칼슨은 “환율이 시장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 약세, "장기하락이다" vs "오래 안 간다" 맞서
반면 앞서 씨티그룹이 달러 약세가 5~10년 갈 수 있다고 한 바 있고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달러는 내년까지 35% 평가절하할 것이며 지금은 장기약세의 초기 단계라고 해서 관심을 모았죠.
사실 환율 전망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환율만 제대로 맞춰도 떼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따질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일단 당분간은 전체적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월가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달러인덱스가 연말까지 9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도 한데요.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아직 갈 길이 먼 고용시장을 고려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의 누적부채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정도의 규모도 아니구요.
특히 달러화 약세 기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니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항상 환율은 변동성이 크고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산운용사 UBS는 대규모 셧다운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수요 감소와 연준의 공격적 통화정책, 미 대선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달러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어쨌든 11월이 지나면 이중 하나는 해결되는 셈입니다.
기축통화 갑자기 안 무너져...美 부채위기 가능성 없어
이는 미국과 주요국의 경우 부채 위기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신년 인터뷰에서 만난 석학들도 하나 같이 미국은 부채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그랬고 금융·통화정책 전문가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우 달러화 표시 부채는 그냥 돈을 찍어서 갚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평소에도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이 돼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도 정부 부채 위기는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월가의 시각도 같습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인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부채권이 1조1,000억달러 정도 되는데 (상환요구가 들어와도) 이는 돈을 찍어서 갚으면 된다”며 부채 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물론 돈을 대규모로 찍을 때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인플레이션 우려지요. 하지만 달러 약세와 부채위기, 기축통화 문제에 당장 내일이라도 미국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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