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뮤지컬과 영화로 잘 알려진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중견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은 2시간 20분 가량의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으로 인해 작품이 끊기다시피 한 공연계에 중견 연기자들이 가장 먼저 물꼬를 틀었다.
‘레미제라블’은 더블 캐스팅 포함 80여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대작으로, 오디션에만 1,400여명의 배우가 지원할 만큼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오현경, 박웅, 임동진, 문영수, 최종원, 홍창진, 윤여성 등 내로라하는 연극배우들과 함께 치열한 오디션을 거친 배우들이 강렬한 하모니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차갑고 거친 배경, 짧은 공연기간이 아쉬울 만큼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무대에서 베테랑 배우들은 ‘연극’ 하면 떠오르는 ‘정석’ 연기의 맛을 선사한다. 반면 걸그룹 티아라 출신의 함은정은 코제트 역으로 출연해 아름다운 미모와 순수한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작품은 감옥에 갇힌 장발장을 시작으로 시장이 되고, 혁명의 순간 최전선에 서는 그의 삶을 찬찬히, 단단하게 그려나간다. 중간중간 삽입된 노래들은 긴장의 순간순간마다 극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리엘 주교 역의 박웅과 임동진이 ‘레미제라블’이 가진 진정성을 꼭 붙잡는다. 떼나르디에 부부 역의 이호성, 문경민, 조정은, 진태연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확실하게 한다. 덕분에 ‘다 아는 긴 이야기’지만 순간순간마다 묘하게 집중되는 매력이 있다.
작품의 예술감독이자 장발장 역을 소화한 윤여성은 7일 리허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시기에 작품을 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후배들을 양성하는 좋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극무대에 도전한 걸그룹 티아라 출신 함은정은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두 달 가까이 잘 이끌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매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회가 있다면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레미제라블’은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