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장마로 전국이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제5호 태풍 ‘장미’가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피해 없이 남부지방을 지나갔다. 하지만 장마가 오는 14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되고 태풍 2개가 다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1시를 기해 제주 전역에 내려졌던 태풍주의보가 해제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한라산 삼각산에 112㎜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집중호우가 이어졌지만 큰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태풍은 오후2시50분께 경남 거제시에 상륙해 경남 동부를 관통한 뒤 오후6시께 동해로 빠져나갔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남부지방에는 또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자정부터 10일 오후6시까지 경남 산청군에 452㎜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경남 의령군에는 412㎜, 합천군에도 341.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전남 보성군도 203㎜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지난 6월24일부터 이날까지 39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난 8명으로 집계됐다.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이재민도 급증하고 있다. 누적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841세대, 6,97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925세대, 3,411명은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천 범람과 산사태 등의 우려로 임시대피소로 피한 사람도 4,841세대, 1만268명으로 집계됐다.
시설피해도 잇따르면서 2만813건으로 증가했다. 사유시설은 주택 5,482동, 비닐하우스 4,671동, 축사·창고 2,199동이 침수됐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교량 4,968개소, 하천 690개소, 저수지·배수로 268개소, 산사태 770개소 등의 피해가 접수됐다. 농경지도 2만6,640㏊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등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시설물의 복구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시설피해의 응급복구율은 56.0%에 그쳤다.
기상청은 태풍 장미가 소멸한 11일부터 장마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보했다. 11일 전국에 집중호우가 이어지겠고 12일에는 중부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비가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영서지방에는 14일까지 시간당 최대 60㎜의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장마전선은 15일께 물러가지만 다시 태풍의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3시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에서 제6호 태풍 ‘메칼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 열대저압부가 발생했다. 이 열대저압부는 중국 푸저우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다. 일본 도쿄 남쪽에서도 제7호 태풍 ‘히고스’로 발달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가 생겼다.
중대본 관계자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상황으로 장마가 길어지면서 각종 인명피해와 시설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태풍 장미가 지나간 11일부터 다시 장마가 시작되고 신규 태풍도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 예방 및 복구를 위해 가용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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