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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의사 수 늘리기는 ‘필수의료’ 보장 강화의 한 축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치료가능 사망률’ 지역차 줄이려면

지역의사 확대·공공병원 강화해야

의사협회 요구 선별적 수용하면서

정부, 코로나19 대책 만전 기해야





동네의원 등 개원의사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에 질질 끌려다니기 일쑤였던 정부·여당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와 의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대 입학정원을 10년간 4,000명 늘리기로 했고 3개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도 시작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상시 기존 환자들을 내보내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되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감염내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학조사관(의사) 부족을 실감했고 더 이상 숙제를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병원·국가지정격리병상을 운영하며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몸값’은 올라갔다. 반면 개원의사는 코로나19 환자가 의료체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던 대구에서 적극적인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전국적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에 이어 14일에는 동네의원 상당수가 집단휴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정부·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는 2018년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는 사망자 비율(치료 가능한 사망률)과 지역 격차 등을 줄여 공공보건의료의 책임성과 필수의료에 대한 전 국민 보장 강화를 골자로 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치료 가능한 사망률 격차를 1.31배에서 오는 2025년까지 1.15배로, 중증환자의 응급의료센터 도착시간을 1시간가량 줄어든 180분 이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전국의 3~5개 시군구를 70여개 ‘중진료권’으로 묶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예산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2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지원해 공익형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농어촌 병의원 등이 문을 닫지 않도록 ‘의료취약지 건강보험수가(의료서비스 가격) 가산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종합대책은 2010~2017년 사이 5,179명에서 3,622명으로 30%(1,557명) 줄어든 공중보건의사를 대체할 의사를 확보하겠다면서도 2022년까지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계획만 제시했다.



정부·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묵은 숙제이기는 하지만 급조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병원의 기능 강화를 포함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과 연관 지어 늘어나는 의대 정원 4,000명 중 3,000명을 차지하는 지역의사 활용방안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공공병원의 미래 못지않게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북 남원의료원, 전남 강진의료원 등은 직원 월급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원의료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입원환자를 4월28일까지 모두 퇴원·이송시키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운영됐다가 지정해제 이후 입원·외래환자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아 50억원(추산)의 손실을 봤지만 정부 보상액은 27억원에 그쳤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했지만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어 전문적 치료를 못 하고 의사를 구하지 못한 소아과 등의 문을 닫고 있는 게 지방의료원의 현실이다.

현재의 재원구조와 건강보험수가 등 보상체계를 손질하지 않으면 있는 의료진도 공공병원을 떠날 판이다. 10일 의사 K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내하며 20년 이상 공공의료 현장에서 일해온 친구 의사가 최근 사직했다. K씨는 “처우 개선, 시설 투자 없이 의대생만 늘린다고 열악한 공공의료의 현실이 해결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면서 올가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열악한 지역의료·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해 지자체·의료계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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