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부 장관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전달했다. 특히 중국이 반대하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해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이자 보건장관은 이날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를 방문해 “대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만의 공헌을 인정하고 대만의 국제적 참여를 지지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대만과 미국이 모든 방면에서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의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1979년 이래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첫 대만 방문으로 현지 언론은 이를 미국 대중(對中) 전략의 중대한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에이자 장관은 대만의 WHO 가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고려가 건강에 대한 권리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여 금지는 건강에 대한 보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총회는 WHO의 최고 의결기구다. 특히 그는 대만의 성공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투명하고 개방적인 대만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의 WHO 가입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대만의 WHO 가입을 강력 지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6일 사설을 통해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을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선을 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에이자 장관은 지난달 30일 별세한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중국국민당 출신 총통이었으면서도 임기 말년에는 중국과 대만이 각각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을 들고 나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재임 시절 당시 학자이던 차이 현 총통에게 비밀리에 양안 관계 재정립 프로젝트를 맡겨 그를 정계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 본토는 리덩후이 전 총통을 ‘대만 독립 세력의 수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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