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이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까지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지난 5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했을 때나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을 폐쇄해도 증시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포함한 11명 제재에 중국이 미국 상원 의원을 포함한 11명에 보복을 했어도 10일(현지시간) 증시는 최소 미중 문제로 쇼크를 겪지는 않았습니다. 나스닥은 다소 떨어졌지만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올랐죠.
넘치는 유동성이 뒷받침...기업파산이 더 큰 문제
그는 장기적으로 실업과 기업부도를 걱정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10.2%로 전달에 비해 0.9%포인트 내려갔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입니다. 이 같은 실업은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증시와 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에 비하면 넘치는 유동성에 앞으로도 웬만한 미중 갈등은 증시에 별다른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대선 리스크도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게 에리언 자문의 분석입니다.
파산을 중시하는 그의 생각은 지난달 ‘3분 월스트리트’ 코너에서 전해드린 짐 밀스테인의 의견도 같습니다. 금융위기 때 재무부에서 수석 구조조정관을 지낸 짐 밀스테인은 “우리가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3·4분기 말께 파산 물결이 밀려올 것”이라며 “9월과 10월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미국 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올 4~6월 미국 내 파산보호 신청 기업은 1,891개로 전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중국 사업비중 큰 애플은?
월가의 시각은 다른데요.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이브스는 애플의 주가 목표를 475달러에서 515달러로 올리고 강세장시 6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45% 오른 450.91달러로 마감했는데요. 그는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3억5,000만대이며 이중 20%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지역으로부터 상당한 수요 강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6~9개월가량 계속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위챗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그는 “계속 이슈가 될 것이지만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위챗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기술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대중 제재, 그동안 실질적 파괴력 없어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면서 중국 때리기를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이 같은 전략이 유지돼 왔습니다.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도 파급력과 향후 전개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 핵심지도부는 놔둔 채 ‘얼굴마담’인 케리 람 장관을 제재한 것도 그렇습니다.
지난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두 나라가 말폭탄을 주고 받았지만 금융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해 보복한다는 주장은 황당한 접근이었음이 입증되기도 했죠. 물론 미국의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는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지만 증시에 미칠 영향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1단계 무역합의 별 의미 없다"...15일 무역회담 주목해야
애매한 숫자입니다.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수치죠.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깨는 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최근 더힐이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 파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15일 있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회담이 앞으로 미중 갈등과 무역합의의 방향을 점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라도 매일 상황을 보고 받을 테니 트럼프 대통령이 폭탄발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쓸 수 있는 가시적인,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있을 테고 중국은 찔끔찔끔 수입을 늘리면서 시간을 끌려고 할 테죠. 합의 이행률이 50%가 안 된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깰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한 이유기도 하구요.
지난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하와이 회담을 통해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15일 회담은 이 약속이 대선 전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줄 겁니다. 만약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결심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증시에 본격적인 타격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