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수시 2학기 모집을 앞두고 면접·실기평가를 어떻게 실시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관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달리 대학 자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필고사와 다르게 면접·실기고사는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기 쉽지 않아서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시 2학기 모집을 앞두고 다수의 대학이 자체 평가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평소와 달리 시험을 실시하면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4일 수능 방역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학에 학내 밀집도 완화 등을 권고했지만 자체 방역 능력 부족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학 수시모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지필평가보다 면접에서 크게 나타난다.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필평가의 경우 정부가 실시한 공무원시험 등 모범 사례가 있어서 큰 무리가 없다”면서도 “면접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다수의 대학이 비대면 면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시간 화상면접을 할지, 녹화면접을 할지 구체적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비대면 면접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실기평가를 치르는 대학들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체육대학의 경우 평가 특성상 마스크 착용도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 한 체육대학 관계자는 “유도 선수를 뽑는데 대련을 실시할 수가 없어서 달리기 기록 등 기초체력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다른 관계자는 “학생들이 보유한 수상 경력을 위주로 평가하려 해도 올해는 많은 대회가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며 “향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생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시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칫 잘못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시험을 치를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침에 따르면 코로나19 의심 증상만 나타나도 자가격리 등 봉쇄 조치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 수험생은 비대면 면접도 원활하게 치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전형은 대학이 권한을 가진 만큼 재시험을 보게 하는 등 대학이 자체적으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는 수시평가 방안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수험 일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에 오는 19일까지 대교협에 전형 변경 신청을 하고 늦어도 이달 안에는 수시 관련 사항을 수험생에게 안내하라고 권장했기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비대면 면접 전환은 대교협 승인 없이 가능하다”며 “교육부와 협력해 대학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합한 평가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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