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보편적 복지와 실용이념 등 혁신적인 내용을 담은 새 정강정책을 마련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과거 자유한국당이 지향했던 반공·성장주의 등 이념 색채가 엷어진 대신, 민주화와 산업화를 두루 인정하고 양성평등과 노동존중 등을 당의 정신으로 내세워 중도보수 실용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쇄신책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 인정 문제와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등을 두고 당 일부 중진들 사이에서 “당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반발이 나와 최종 조율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는 11일 오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정강정책 개정안을 확정해 보고했다. 전날 특위가 마라톤 회의 끝에 마련한 결과물로 13일 공개될 예정이다.
30대인 김병민 비대위원이 위원장을 맡아 지난 6월15일 출범한 특위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비례대표 윤주경 의원과 박수영 의원, 김웅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참여해 개정안을 주도했다.
특위는 7월20일 정강 첫 문장을 ‘통합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다’에서 ‘통합당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다’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기회의 공정 △미래 경제혁신 △경제민주화 및 사회적 양극화 해소 △노동 △정부·정치개혁 △사법개혁 △환경 △복지 △양성평등 △외교·안보 등 핵심 정책 분야를 제시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에게 보고된 초안의 정강에는 한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린 산업화 정신뿐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 5·18민주화운동 정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에는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 한국형 기본소득제도 도입 등이 장기과제로 포함됐다.
특히 정치·사법개혁안으로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현행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고 장관급 국무위원은 남녀가 같은 비율로 임명하는 안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인사수석실 폐지, 권력형 범죄 공소시효 폐지, 국회의원 4연임 금지 등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당의 정강정책은 당헌과 당규가 개정돼야 하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비대위가 마음대로 의결할 수 없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뒤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거쳐야 한다.
파격적인 정강정책 개정을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당 소속의 한 중진 의원은 “4연임 금지는 지역구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상하이임시정부를 인정하는 내용도 건국절을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으로 보는 당의 주된 견해와 상충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을 만나 “확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모두) 반영된다고 얘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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