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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 수요일] 내 친구 이발사

최병근

빨강 파랑 흰색 물감

빙글빙글 돌아가는 삼색 등 아래

이발사라 부르지 말고

예술사라 부르라던 내 친구

의자에 앉은 모델 형체를 잠시 살피다

바리바리 깡으로 불사르는 예술혼

직감적인 선의 흐름을 따라가며

짱구인 사람도 평평한 구도를 잡아 깎는다

때론 세파에 탈색된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색조로 덧칠도 하고

침침하고 더부룩한 면을 찾아

밝고 어둡게 명암을 살려 붓질을 한다

투블럭 기법이나 가르마 기법으로

별 초승달 등 다양한 문양을 새긴다

인접 작가 미용사의 하찮은 미소에 밀려

늘 가난한 조형예술사 내 친구

조형예술사로 자처하는 이발사 친구 분, 한 경지에 오르셨군요. 참새가 집을 지으려던 백수 청년의 더벅머리가 예술의 전당이 되었군요. 서리 내린 노신사의 머리가 서리태 빛깔이 되었군요. 래퍼를 꿈꾸는 청소년 앞머리에 핑크 뮬리 같은 블리치가 나풀거리는군요.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성실한 생활의 달인들 제대로 호명해야 하고말고요. 혹시 인접 작가의 미소가 모두 하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곳곳에 <<장자>>에 나오는 포정 같은 고수가 있다니까요. 일상을 재치 있게 시로 담아내는 당신처럼.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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