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복절인 오는 15일 보수·진보단체가 주최하는 약 4만명(신고 기준)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12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감염병예방법이 그 근거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서울시가 집회 금지 방침을 일관성 없게 적용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서울광장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분향소를 설치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바 있고, 다음달 18일부터 진행 예정인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도 일각의 개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박유미 방역통제관은 이날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15일 여러 단체가 도심권 등에서 다중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며 “전일 해당 단체들에 집회 취소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예정된 집회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는 ‘집회 금지’ 명령 등 모든 수단을 통해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자 ‘서울특별시 고시’ 공고를 통해 서울 광장과 그 인근 지역의 집회 등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전국노동자대회’ 등 여러 집회가 취소됐는데, 이번 광복절 집회도 집회금지구역 내 집회를 신고한 경우 신고 즉시 집회금지명령을 내렸고, 금지구역 외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14개 단체에 대해서는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연대 등이 오는 15일 정오부터 종로구 사직로 일대에서 ‘8·15 건국절 국민대회’를 열 예정이었고, ‘6·17규제 소급적용 피해자모임’과 ‘8·15민족자주대회추진위원회’,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 등도 집회를 가질 계획이었다.
시 관계자는 “광복절 집회는 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감염병 확산을 막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아직 금지를 결정한 것은 아니고, 자발적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서울시의 방침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서울시장 장례는 허락하고, 국민의 목소리는 막는가”, “시민장부터 모이지 말았어야지. 전두환의 환생이냐”, “박원순 시민장할 때는 되고, 문재인정부 비판하는 국민 궐기대회는 안되고. 내로남불이다”, “코로나 핑계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다니 국민 기본권은 어디에?”, “9월에 퀴어축제 열고 10월에는 여행가라며. 장난하느냐”, “마스크 착용하면 되지 집회금지?”, “박근혜는 집회를 막진 않았다. 독재다” 등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반면 서울시의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기사 댓글을 통해 “코로나로 수백명이 감염되서 전국으로 퍼지는 건 얼마 안 걸리는데 왜 집회를 못해서 안달이냐”라고 적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전국의 모든 집회를 막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거리두기 지켜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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