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과 매니징은 묘하게 다릅니다. 피드백은 결과물에 대해 돌아오는 ‘반응과 평가’에 가깝습니다. 기준은 제작물의 목적과 업무의 방향성이 돼야 하죠. 매니징은 과정에 존재하는 훈수 같은 것입니다. 이것을 피드백이라고 얘기해선 안 됩니다. 좋은 매니징은 중간중간에 지원해줄 사항은 없는지 또는 인력이 더 필요한지, 타임라인은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나쁜 매니징은 일을 자꾸 멈추게 만들고, 확인을 위한 업무를 만듭니다. 그리고 방향성보다는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 관여합니다. 흔히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불리는 현장이죠. 디자이너의 업무에 본인의 취향과 고집을 끼워넣고 싶은 것입니다. (박창선 지음,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2020년 부키 펴냄)
디자인회사 CEO 박창선 작가는 디자이너와 현명하게 조율해 시안을 완성하는 소통의 기술에 대한 책을 썼다. 일이 잘되려면 의뢰인과 실무자가 정확한 언어로 얘기하고, 주어진 여건하에서 서로 존중하며 결과물을 내야 한다. 그런데 실무자끼리 호흡이 잘 맞는다 해도, 선임자, 관리자, 사장 등의 ‘빌런’이 등장해 급반전을 불러올 때가 있다. 이때 실무자들은 ‘수정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결과물은 산으로 간다.
상사나 선임자가 훈수 두듯 남발하는 취향의 ‘마이크로 매니징’은 일을 계속 원점으로 되돌린다. 대개 관리자가 컨펌 과정에서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라고 할 때가 이런 경우다. 그런 것까진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지적이 내 ‘취향과 고집’인지 아니면 진정 리더의 결단과 반전의 핸들링이 필요한 순간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일에 자꾸만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전반적으로 꼼꼼히 수정하되 오늘까지’ ‘지금도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거 하나 더’ 같은 모순어법의 말들이 범람할 때, 일은 좌초한다. 리더는 일을 마이크로 매니징하지 않는다. 좋은 리더는 일하는 사람을 향해 세심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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