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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역학조사 방해한 안산 유치원 원장...정부 "경찰에 고발"

냉장고 온도, 적정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식재료에 대장균 증식

보존식 없어 구체적 원인 규명은 못해...유치원이 역학조사 방해

원장·조리사, 허위진술·허위자료 제출...정부, 원장 경찰에 고발

보존식 보관 의무화 확대, 어린이집-유치원 매년 1회이상 전수점검

경기 안산시 소재 A 유치원에서 지난 16일부터 집단 식중독이 발병하기 시작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 사립유치원에서 발병한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냉장고 성능 이상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 등으로 유치원 원장을 경찰에 고발하고 전체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을 매년 1번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6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안산 유치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및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안산 A유치원에서는 올해 6월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 등 118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7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7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으로 꾸려진 안산 A유치원 집단 식중독 정부 합동 역학조사단은 6월 11∼12일 제공된 급식에서 냉장고 성능 이상으로 대장균이 증식해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집단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치원 냉장고 하부 서랍칸 온도는 적정 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식자재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기간 급식 중 보존식 6건이 보관되지 않았고 A유치원 측이 역학조사 전 내부 소독도 한 탓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내지 못했다. A유치원은 보존식 미보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역학조사 당일에서야 보존식을 채워 넣었고 쇠고기 등 식자재 거래 내역도 허위로 작성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A유치원이 식중독 발생 사실을 교육·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유치원을 6월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일시 폐쇄했다. 또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허위 진술, 허위 자료 제출 등을 한 원장과 조리사 등을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A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될 경우 추가 조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감염이 학교안전법에 따른 학교안전사고로 판명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에서 피해 유아 치료비를 지급하고 원장의 고의·중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위법·부당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원장 등에 대한 징계처분 및 고발·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하겠다”며 “피해 유아들에게는 치료비 지원 및 환아 추적관리 체계 구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2차 사회관계장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교육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7월 한 달간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을 전수 점검한 결과 급식 인원 50인 이상인 1만5,953개소 가운데 169개 시설에서 보존식 보관 위반(72건), 건강진단 미실시(34건),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26건) 등 위반 사항 총 174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급식 인원 50인 미만인 2만8,209개소 중에선 784개 시설에서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464건), 비위생적 취급(121건) 등 총 889건을 적발됐다.

정부는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에도 보존식 보관 의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시행규칙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보존식을 폐기·훼손한 경우 과태료를 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또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식중독 원인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영양사가 없는 100인 미만 어린이 급식 시설 지원을 위해 영양사 면허가 있는 교육(지원)청 전담인력이 급식 관리 업무를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100인 이상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현재 5개소까지 허용되던 공동 영양(교)사 배치 기준을 최대 2개소로 제한하고 200인 이상 규모는 단독으로 영양(교)사를 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전수점검도 매년 1번 이상 실시하고 적발될 경우 식품위생법상의 조치와 함께 급식관계자 및 교직원에 대한 신분상 처분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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