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사립유치원에서 발병한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냉장고 성능 이상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 등으로 유치원 원장을 경찰에 고발하고 전체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을 매년 1번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6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안산 유치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및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안전관리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안산 A유치원에서는 올해 6월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 등 118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7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7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으로 꾸려진 안산 A유치원 집단 식중독 정부 합동 역학조사단은 6월 11∼12일 제공된 급식에서 냉장고 성능 이상으로 대장균이 증식해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집단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치원 냉장고 하부 서랍칸 온도는 적정 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식자재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기간 급식 중 보존식 6건이 보관되지 않았고 A유치원 측이 역학조사 전 내부 소독도 한 탓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내지 못했다. A유치원은 보존식 미보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역학조사 당일에서야 보존식을 채워 넣었고 쇠고기 등 식자재 거래 내역도 허위로 작성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A유치원이 식중독 발생 사실을 교육·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250만원을 부과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유치원을 6월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일시 폐쇄했다. 또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허위 진술, 허위 자료 제출 등을 한 원장과 조리사 등을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A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될 경우 추가 조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감염이 학교안전법에 따른 학교안전사고로 판명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에서 피해 유아 치료비를 지급하고 원장의 고의·중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유치원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위법·부당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원장 등에 대한 징계처분 및 고발·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하겠다”며 “피해 유아들에게는 치료비 지원 및 환아 추적관리 체계 구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7월 한 달간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을 전수 점검한 결과 급식 인원 50인 이상인 1만5,953개소 가운데 169개 시설에서 보존식 보관 위반(72건), 건강진단 미실시(34건),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26건) 등 위반 사항 총 174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급식 인원 50인 미만인 2만8,209개소 중에선 784개 시설에서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464건), 비위생적 취급(121건) 등 총 889건을 적발됐다.
정부는 50인 미만 유치원·어린이집에도 보존식 보관 의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시행규칙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보존식을 폐기·훼손한 경우 과태료를 3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또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식중독 원인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영양사가 없는 100인 미만 어린이 급식 시설 지원을 위해 영양사 면허가 있는 교육(지원)청 전담인력이 급식 관리 업무를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100인 이상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현재 5개소까지 허용되던 공동 영양(교)사 배치 기준을 최대 2개소로 제한하고 200인 이상 규모는 단독으로 영양(교)사를 배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전수점검도 매년 1번 이상 실시하고 적발될 경우 식품위생법상의 조치와 함께 급식관계자 및 교직원에 대한 신분상 처분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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