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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전방위로 확산하는 미중전쟁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10년은 美中 패권다툼 가속 예상

韓, 양국 인적네트워크 확장하고

경제 제재 틈새 파고들기 힘써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장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1979년 단교 이래 최고위급의 방문이며 차이잉원 총통과도 만났다.

중국이 홍콩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미국이 이에 대응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미국이 휴스턴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이 청두 미국총영사관 폐쇄로 맞대응한 양측 간 갈등이 중국 최후의 보루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릴 정도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지금 중국에 무릎을 꿇으면 후손들의 운명이 중국 공산당에 맡겨질 것”이라고 한 일전불사의 외침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에이자 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직접적 계기가 된 코로나19를 둘러싸고도 양측은 첨예하게 부딪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명명하며 중국에 책임을 묻자 중국은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책임론이라며 반박하고 미국 입장에 동조하는 호주에 쇠고기 수입금지 등 보복조치까지 취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제조 업체 화웨이에 이어 통신 플랫폼으로까지 제재를 확대했다. 중국 바이트댄스사가 개발한 15초∼1분짜리 짧은 인기 동영상 프로그램인 틱톡 서비스를 금지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회사가 인수하도록 유도하고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텐센트사의 위챗 사용을 막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최근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략으로 중국 때리기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당선을 바란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강력히 비판하고 홍콩인권법과 위구르인권법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대만에 대한 지원을 천명하고 중국의 환율조작, 불법 보조금, 지식재산권 탈취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을 정강으로 내세우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중 갈등은 확대될 것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했듯이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미중 패권전쟁이 가속화할 게 틀림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지만 한국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이 추구해온 가치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대 원칙인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존중을 지키기 위한 국제공조를 확대해야 한다. 유럽·호주·아시아 등의 나라들과 협력을 확대해 미국 우선주의나 ‘중국몽’ 같은 패권주의가 확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중 양국의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미국에는 중국과 아시아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백인 노동자들도 있지만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를 비롯해 비즈니스로 한국과 긴밀히 연계된 사람들도 많다. 당과 정부의 입김이 강한 중국에도 지식인과 기업인들 사이에 한국과 유대를 넓히려는 계층이 적지 않다. 이들과의 교류를 꾸준히 지속하고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정부 제재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미국 퀄컴사는 화웨이에 장비를 팔 수 있도록 서슬 퍼런 미국 정부의 거래금지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LG유플러스처럼 이 조치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 업체도 보안 대책 등을 강화해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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