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이 입을 맞추는 등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소설가 겸 시인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가 검찰에게 실형을 구형받았다.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하 전 교수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와 더불어 하 전 교수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 공개,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 전 교수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12월 10일 재학생 A씨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입을 맞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하 전 교수가 자신의) 말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 ‘문학적 표현과 일반적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며 (사리에) 와닿지 않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하 전 교수가) 피해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정신과 치료 기록을 아무 권한 없는 제삼자인 정신과 의사에게 맡겨 감정토록 해 의료기록이 노출되도록 했다”고도 전했다.
피해자인 A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강제추행 2차 피해로 피해자의 삶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며 ”피해자는 꿈꿔왔던 작가의 꿈을 포기했고 20대 절반을 피고인의 범죄행위 때문에 자해, 입원 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하루하루 괴롭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하 전 교수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피해자가 하 전 교수를 따라 프랑스에 가고 싶어했으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불만을 품고 고소한 것이라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하 전 교수는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읽으며 ”제자에게 입맞춤한 것은 스승이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에 대해 성적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하 전 교수는 A씨의 폭로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A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 전 교수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9월 17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하 전 교수는 2018년 3월 강의 도중 ‘미투’ 운동을 깎아내리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후 하 전 교수는 ‘사과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겠다’며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하 전 교수에 대한 수사는 이 논란 당시 피해자 A씨가 하 전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이후 인권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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