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사회 트렌드가 ‘젊은 노인’이라 불리는 ‘욜드(YOLD)’다. 영(young)과 올드(old)의 합성어인데 의료기술의 발전과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이전 노인 세대보다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계층을 의미한다. 통계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며 고령으로 분류되는 65세부터 75세 사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0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2020년은 욜드 시대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비중 있게 다루면서 퍼진 말이다.
지난 1954년 이전 출생자인 우리나라 욜드는 올해로 사상 처음 600만명(인구의 15%)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욜드 세대의 막내인 1954년생은 30대에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40대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1994년) 등 경제성장 신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1997년)와 미국발 금융위기(2000년)를 겪는 등 격동의 시대를 보냈다.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 욜드 세대의 증가는 부정적 의미로 그려진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의 추세라면 오는 2045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초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는 미래 성장잠재력 훼손, 의료보험·국민연금·노령연금 등 노인복지 재정 증가를 초래한다. 지난해 기준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니 미래세대의 부담에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최근 욜드 세대의 활약상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69세 할머니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와 구독자 수 130만명을 자랑하는 73세 박막례 유튜버는 대표적 욜드다. 이들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호기심이 많고 트렌드를 선도한다. 지금까지 존재한 ‘올드 세대’에 비해 더 큰 인구 비중을 차지하고 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 조용한 은퇴생활을 거부하고 일과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열정, 발전, 재능 기부 등 이전 노인과는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보여준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실버산업 규모는 15조달러(1경8,000조원)로 전망되고 있다. 욜드 헬스케어뿐 아니라 욜드 엔터테인먼트 등 ‘욜드 프렌들리’라는 테마로 새로운 실버시장이 방대해지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 노동시장, 금융과 자산시장에서 새로운 경제기회로 등장하고 있다. 욜드 세대가 열어가는 경제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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