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의 재취업 활동을 돕겠다며 투입된 구직급여도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혔다. 구직급여는 2014년 3조9,768억원에서 지난해 8조917억원으로 2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6.1%포인트 떨어졌다. 그나마 당국이 재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적 구직활동 조건을 완화하고 실업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는데도 결과는 더 나빠졌다. 실업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밖에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을 절반가량 사용하지 못했다거나 사회적 약자 지원예산을 장관 홍보용으로 갖다 쓰는 등 예산 낭비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데도 정부는 최악의 물난리가 터지자 4차 추경까지 거론하고 내수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904억원을 숙박·공연 등에 지원하기로 했다. 1인당 3만~4만원의 할인권 형태로 제공하는데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할인금액만큼 미리 요금을 올렸다고 한다. 정책 실효성을 세밀히 따지지 않고 현금 살포에만 급급하니 이런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시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국민 세금으로 땜질 처방에 나서는 것은 이 정부의 고질병으로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혈세를 다루는 세입·세출은 내역이 명확해야 하고 법적 근거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야당에서 제기한 ‘문제사업’ 집행 실태를 국민에게 소상히 공개하고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예산 낭비 여부를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내년도 초슈퍼 예산도 국회에서 깐깐하게 심사해 부실 요인을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텅 빈 나라 곳간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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