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청약’ 서울 내 최다 1만2,000명 몰려=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날 특별공급 청약을 받은 ‘DMC센트럴자이’에 1만2,244명이 몰렸다. 서울에서 특별공급 청약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몰린 적은 처음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만 해도 90가구 공급에 1만160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112.9대1에 달했다.
같은 날 청약을 접수한 ‘DMC아트포레자이’와 ‘DMC파인시티자이’ 특별공급에도 각각 4,857명, 4,791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각각 39.2대1, 28대1이다. 세 단지는 모두 같은 날(8월26일) 당첨자를 발표해 중복청약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2만명을 훌쩍 넘는 사람이 분양시장에 몰린 것이다.
이처럼 특별공급에 신청자가 대거 몰린 것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들은 전용 59㎡ 기준 4억~5억원, 84㎡ 기준 6억~7억원대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최근 입주한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6월 11억9,89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에 청약 당첨만 되면 5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7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서울 내 신축단지가 희소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했다. 사실상 ‘막차’라는 생각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분양물량 감소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 ‘막차’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청약경쟁률은 연초보다 더욱 치솟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10일 청약자를 모집한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에는 6,108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1.8대1이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 또한 특별공급 95가구 모집에 4,785명이 몰려 평균 50.4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7월 분양한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특별공급 289가구 모집에는 8,792명이 몰려 평균 30.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대 간 갈등, 위험수위까지 커져=이처럼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7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전용 85㎡ 이하 물량에 대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리도록 했다. 이에 무주택기간 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젊은 층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3인 가족 기준 만 39세 세대주가 얻을 수 있는 점수는 52점에 불과하다. 통장가입기간에서 만점(17점·15년 이상)을 얻더라도 부양가족 2인(15점), 무주택기간 9년 이상 10년 미만(20점)밖에 못 얻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내 전용 84㎡에 당첨되기 위한 최소 가점은 대체로 60점을 훌쩍 넘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30대의 청약 당첨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청약시장에서 좌절한 30대들이 부동산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정부도 부랴부랴 제도 개선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층에 대한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민간분양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도입하는 등 ‘청년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40~50대가 가점제 물량이 줄어들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놓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혼 특공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혼인기간이 7년 이내고 일정 소득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기존 신혼특공에 청약하기 위한 가구 월평균 소득 요건을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맞벌이 가구의 경우 130%)에서 130%(맞벌이 140%)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신혼 특공 물량 가운데 75%는 월평균 소득 100%(약 555만원) 이하 가구에 1순위로 공급한다. 해당 소득보다 적게 벌어야 당첨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한정된 청약 물량을 두고 제도가 수차례 바뀌다 보니 세대 간 갈등이 위험수위까지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분양’을 지속하다 보니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한정된 물량을 두고 가점제 적용 또는 특별공급으로 제도를 자꾸 바꾸니 결국 청약시장에서 세대 간 갈등으로 불씨가 옮겨붙게 됐다”고 지적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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