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네이선 로가 홍콩이 민주주의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한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지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현재 영국으로 망명한 로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은 상태다.
14일 일본 민영 방송사인 니폰뉴스네트워크(NNN)는 런던 현지에서 로와의 인터뷰를 진행, 보도했다. 로는 이번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를 향해 거듭 지원을 호소했다.
"홍콩을 위한 싸움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로는 자신이 홍콩 정부로부터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은 데 대해 “터무니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홍콩을 떠난 뒤 지명 수배 명단에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그들의 기소 내용이 꽤 터무니 없다는 점에 놀랐다”고 꼬집었다. 앞서 홍콩 정부는 로에 대해 홍콩보안법상 국가분열 선동 및 외국세력 결탁 혐의를 적용해 지명수배를 내렸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홍콩 공포정치 행하기 위해 보안법 이용할 것"
망명 중인 로는 홍콩 민주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눈 앞에서 강력한 협박에 시달리더라도 회피하지 말고 이를 직면하는 것이 내 대응방식”이라며 “전 세계와 홍콩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는 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는 베이징으로부터 약속 받은 것”이라며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꺼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하에서 홍콩 주민들에게 자치권과 자유를 약속했으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 동료인 아그네스 차우와 조슈아 웡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로는 “차우와 웡은 몇 달 후 판결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은 홍콩 정부의 표적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던 차우는 11일 밤 보석으로 풀려났다. 국제사회는 홍콩 경찰이 홍콩 민주화 운동 상징인 웡을 체포할지를 두고 주목하고 있다.
네이선로는 누구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라이는 지난 13일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온라인 생방송에 출연해 “홍콩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미국이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 지지가 반드시 제재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서구의 가치에 반하는 중국의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서구의 가치에 동화하지 않으면 국제 무역, 정치, 외교의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또한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일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대응해 홍콩과 체결한 범죄인인도조약의 비준 절차를 전격 중단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 원칙과 근본적 자유를 의문을 제기한다”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도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다.
일본은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잇따른 체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민주파 활동가 체포에 관해 “중대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며 “홍콩이 일국양제 제도 아래서 자유롭고 열린 체제를 유지하고 민주적,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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